삶이 차창밖 풍경처럼 그저 스쳐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때때로 이 흐린 하늘이 어서 빨리 개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과, 내 옆자리에서 몇 시간이고 나에게 즐거운 이야기를 들려줄 새로운 사람이 앉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과, 끼니때마다 찾아오는 허기를 달래줄 홍익회 아저씨가 카트를 밀며 나타나기를 바라는,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유아기적 사고를 하며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내가 지금 향하는 방향이 처음에 목적했던 곳으로 가고 있는지,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내려서 걸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잠깐씩 스치기도 하지만 나는 또 무심히 창밖을 보며 그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작은 변화를 찾으려 애쓰는 것이다.
수도 없이 봐왔을 그 풍경이 지겹기도 하련만 나는 가끔 습관처럼 박수를 치며 감탄하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를 둘러싼 그 풍경에 항상 익숙한 것은 아니어서 변하고 있는 것이 내가 아니라 풍경이라고 떼쓰는 어린아이처럼 우길 때가 있다.
나이에 따라 사람의 피부만 말라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생각도, 감정도 점차 시큰둥하고 시니컬한 상태가 되면 마치 생각에서도 각질을 털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곤 한다.
내가 여행을 하는 것인지, 풍경이 나를 납치라도 하는 것인지 나의 여행은 한참을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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