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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허둥지둥
켄 블랜차드.스티브 고트리 지음, 조천제.황해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이런 종류의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 나는 책이 주는 병폐, 또는 책의 무용론을 말하고 싶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간결하고 명쾌한 논리에 감탄하고 말 것이다.
게다가 성격은 좋지만 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늘 허둥지둥 하는 주인공 밥과 그의 멘토 역할을 하는 CEO(chief Effecriveness Officer : 최고효율성책임자)의 이야기 형식으로 꾸며져 독자들은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얻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책이 있을까 싶을 것이다.
더구나 그 실천 방안이라는 것이 많기나 한가. 달랑 세 가지 뿐이니 맘만 먹으면 언제든 실천할 수 있겠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일의 동기와 목적이 타당한지 판단하여 부합하는 사람들과 제때에 순서에 맞게 진행하며, 일을 할 때는 헌신적으로 하라는 것이다.
이 세 가지만 지키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삶, 또는 성공의 가도를 달릴 수 있다니 독자들은 그야말로 이 책이 성서에 비견될 만큼 혹하지 않겠는가.
또 있다. 책의 분량도 작아서 일단 읽기 시작하면 한두 시간 만에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책만 있다면 굳이 두껍고 어려운 책을 끙끙대며 읽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 단순하고 명쾌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목표를 성취할 수만 있다면.....
모르긴 몰라도 이 책의 저자도 그렇게 명확하고 획일적인 삶을 살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이다. 사회 경험이 일천한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아무런 비판의식도 없이 성공의 마스터키를 뒨 듯한 환상을 품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다는 아니지만 서구 문명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모든 경험을 플로우 챠트와 같이 획일적으로 정리하는 습성이 있다. 조건과 초기치만 설정되면 피드백 과정을 거쳐 정해진 순서에 따라 결과가 도출되는 식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명확하지도 않다.
이 책에서 말하는 행동 강령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을 맛본 사람만이 가능할 것이다. 그 과정을 준비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인생의 과정은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지름길, 또는 큰길 위를 걸을 때보다 샛길을 걷는 시간이 훨씬 많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비록 샛길을 걷고 있다 하더라도 결코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바라는 무지개는 태양이 비치는 한 샛길에서도 언제든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