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지능 - 미래 경제를 지배할 녹색 마인드
대니얼 골먼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무더웠던 2008년 6월의 마지막 날 저녁.

나의 아내는 여섯 살 배기 아들을 이끌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앉아 있었다.
대자보와 수업거부, 연일 계속되는 시위와 최루탄에 눈물 콧물을 쏟으며 대학 생활을 보냈던 아내였지만 아내는 항상 시위문화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무관심으로 일관했었다.
그랬던 그녀를 광장으로 이끌었던 동인은 무엇이었을까?
나의 눈에 비친 아내의 행동은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엘 고어가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포기하고 <불편한 진실>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며 환경운동가로 나섰던 것과 세계적인 아이스크림 업체인 배스킨라빈스의 유일한 상속자였던 존 라빈스가 모든 유산을 포기하고 환경 운동가가 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보다도 믿기  힘든 사실이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에는 그 원인이 내재하고 있었다.
미국산 소고기 전면 개방으로 촉발된 2008년 촛불집회의 현장으로 아내를 이끌었던 것은 분명 시대의 변화와  함께 그 변화에 기꺼이 동참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존재했던 것이다.  
이 책은 전 인류를 포함한 생물계와 그것이 살아가는 생태계를 올바로 이해하고  우리의 생태적 공간(지구 및 생태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제거하려는 적극적인 행동을 유도하고 그러한 경험으로부터 축적된 우리의 능력이 결국 환경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미래 사회로 발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즉, 파멸로 향하여 질주하는 지구 환경 및 건강을 잠식하는 화학약품 및 노동환경에 대하여 그 심각성과 위험을 인식한 깨어있는 소비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각 단계의 공급 프로세스에 시정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단체 행동이 결국은 공급 업체의 변혁을  유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시장중심의 변혁"은 가능한가의 문제와 그 한계, 각계 전문가의 대안과 실재하는 사례들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각각의 제품이 생산, 운송, 구매, 폐기에 이르기까지 LCA(Life Cycle Assessment)라는 렌즈를 활용하면 가치 사슬 안에서 제품에 수반되는 생태적 악영향, 즉 각 단계가 환경이나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  LCA를 통해 부정적 가치를 인식하면 그것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고, 따라서 해당 제품의 전체적인 환경적 영향력을 개선할 수 있다.(P.55)

자사 제품의 생산 공정에서 일부 단계를 강조함으로써 '환경 친화적'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려는 기업의 홍보성 허구를 분석하고 이를 통하여 밝혀진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함으로써 해당 제품이나 기업에 대한 혐오감, 또는 부정적 인식은 소비자, 정부, 기업의 구매 담당자의 구매 행위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해당 기업의 임원이나 결정권자는 재무 성과와 함께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게 된다는 논리.  정보의 습득에 필요한 노력과 비용, 습득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구매 행위에 직접적으로 적용하는 소비자는 단 10%에 불과하고 그러한 정보에 무관심한 소비자가 25%에 이르지만, 관심은 있으나 노력과 비용을 지불하고 싶어하지 않는 대다수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은 각계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정보의 투명성은 결국 기업의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윤리로 인식되던 과거의 경제 논리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기업 도요타의 사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언젠가 기업은 재무 성과와 더불어 기업의 사회적, 윤리적 성과를 제출하고 검증 받아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시나브로 변화는 진행되고 있었다.

나의 아내가 변화의 현장에 자발적으로 참가하였고, 그 경험으로부터 나와 아내가 N사의 라면과 일부 신문을 외면하게 되었듯이 구매 결정은 오직 '가격'에만 의존하던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기대하던 구시대의 경제 원칙은 '최대의 윤리로 최장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슬로건이 각 경제 주체의 뇌리에 경제 원칙으로 자리잡을 날이 오리라는 확신, 우리는 그 변화의 초입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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