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지극히 평범하고,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내용의 이 책이 또는 그의 다른 글이 어떻게 전세계 160여개 국 66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1억 부가 넘는 판매를 기록하게 되었을까?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를 이끌어낸 저력은 무엇이었을까?

십대 시절에는 세 차례나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청년 시절에는 브라질 군사독재에 반대하는 반정부 활동을 하다 두 차례 수감되어 고문을 당했으며, 히피문화에 심취해 록밴드를 결성했던 그가 저널리스트로, 록스타로, 배우로, 희곡작가로, 연극 연출가로 그리고 TV 프로듀서로 살았던 그의 다양한 이력이 독자들에게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을까?

아니면 지구상의 어떤 사람도 쓰지 못했던 독특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일까?

나의 생각으로는 파울로 코엘료의 진정한 힘은 이도저도 아닌 진실과 솔직함에 있었다.

혹자는 그가 산티아고 순례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런 작품을 쓸 수 있었다고 평할지 모르겠으나, 단순한 그의 경험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정도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는 것은 나의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순례의 경험이 자신에게 이전보다 더 솔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는  쪽이 옳을 것이다. 
밑바탕에 진솔함이 깔려있는 글이나 예술 작품은 보고 듣는 모든 사람에게 감동의 울림이 전해지게 마련이다.   하여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만을 기록해야 한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글로 옮기는 것은 아무리 기교가 뛰어난 작가의 능력으로도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는 법이다.   SF소설도 작가의 상상 속에서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글로 옮긴다면 그것은 곧 진실이고,  그 작품은 필연적으로 독자의 마음에 강한 울림으로 전달된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글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그대로 옮겨 적는다 하더라도 진심으로 감동하여  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있다.   나의 마음이 버무려진 필사본은 원작자의 글에서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글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주변에서 듣고 경험하거나 읽었던 것을 작가가 먼저 감동하고,  차후에 그것을 글로 옮겼기에 평범해 보이는 신화나 전설마저  새로운 느낌으로 독자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고 믿는다.  평범한 일상과 에피소드를 특별한 감동으로 전할 수 있는 작가의 힘은 진실과 솔직함에 있었다.  조금 긴 그의 기도문을 나의 감정을 섞어 옮겨본다.

주여, 우리의 의심을 지켜주소서.  의심 또한 기도하는 한 방법입니다.  의심은 우리를 성장하게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하나의 문제에 대한 많은 답들과 두려움 없이 마주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하여......

주여, 우리의 결정을 지켜주소서.  결정 또한 기도하는 한 방법입니다.  우리의 의심을 이기고, 이 길과 저 길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을 주소서.  우리의 긍정이 늘 긍정이도록, 우리의 부정이 늘 부정이도록 하소서.  한번 결정한 길은 뒤돌아보지 않도록, 후회가 우리의 영혼을 잠식하지 않도록 하소서.  그러기 위하여......

주여, 우리의 행동을 지켜주소서.  행동 또한 기도하는 한 방법입니다.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우리가 맺는 가장 좋은 열매가 되게 하소서.  노동과 행동을 통해 우리가 받을 사랑을 나누게 하소서.  그러기 위하여......

주여, 우리의 꿈을 지켜주소서.  꿈 또한 기도하는 한 방법입니다.  나이와 외적 조건에 상관없이 가슴속에 성스러운 희망과 인내의 불씨를 품게 하소서.  그러기 위하여......

주여, 우리에게 열정을 주소서.  열정 또한 기도하는 한 방법입니다.  우리를 하늘과 땅, 어른이나 어린아이들과 결합케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니, 열정은 우리의 욕구가 중요함을 일깨워주고 최선을 다하도록 북돋워줍니다.  우리가 하는 일과 혼연일체가 되어 있는 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열정은 재삼 확인해줍니다.  그러기 위하여......

주여, 우리를 지켜주소서.  생명은 우리가 당신의 기적을 다시 펼쳐 보일 유일한 길입니다.  이제까지 그랬듯 땅이 씨앗을 낟알로 여물게 하시고, 밀알을 빵으로 만들게 하소서.  이 모든 것은 우리에게 사랑이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그러니, 우리를 외롭게 하지 마소서.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러 계시며, 의심하고 행동하고 꿈과 열정을 품은 사람들, 매일매일 당신께 영광 돌리는 삶을 이들과 더불어 함께하게 하소서.(P.159 - 16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