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오후들어 바람이 점차 강해지는 날이었지.
오전 내 집안에 있던 네게 밖에 나가 자전거를 타는 것이 어떻겠느냐 물었을 때 너는 집에서 종이접기를 하거나 책을 읽고싶다 말했지.
아빠는 그때도 알고 있었단다.
일단 밖에 나가면 다시 들어오기 싫어할 거라는 걸.
네가 크면 다 알게 되겠지만 공부는 머리에 지식만 넣는 것이 아니란다.
공부는 끝없는 인생의 사막을 건널 때 나침반을 준비하는 것과 같은 거란다.
그러자면 하나의 나침반으로는 너무 위험하단다.
가장 튼튼하고 멋진 나침반을 너의 머리에 간직하더라도 만일을 대비하여 네 손에도, 발에도, 가슴에도 하나씩 준비하면 좋지 않겠니?
네가 종이접기를 잘 하는 것도 네 손에 또 다른 나침반을 준비하는 일이란다.
네가 "파랭이"라는 애칭을 붙여준 파란 자전거를 열심히 타면 네 발에는 또 하나의 나침반이 생겨나겠지.
"아빠, 이런 날 이불 속에 가만히 누워있으면 편안해지는 기분 아빠도 알아?"
했을 때 아빠는 알았단다. 마음이 향하는 곳을 잘 알고있는 너는 가슴에도 하나의 나침반이 마련되었다는 것을.
하나의 나침반이 고장나 못쓰게 되더라도 네가 준비한 또 다른 나침반이 너를 안전한 오아시스로 데려다 줄 것이라 믿는단다.
아들아
사막의 밤은 몹시 춥단다.
따뜻한 밤을 지새려면 모닥불이 필요하겠지.
너에게 따뜻한 모닥불이 되어주는 것은 주변의 사람들이란다.
사막을 걷다가 길 잃은 사람을 만나거든 가만히 너의 나침반을 건네주렴.
그러면 차가운 사막의 밤에도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따뜻하게 아침을 맞을 수 있는 거란다.
아들아 꼭 기억하렴.
사막을 건널 땐 둘 이상의 나침반과 믿음직한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