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사람에게
잊혀질 과거를 덧씌우는 일은
얼마나 잔인합니까
당신,
나는 빈 전화에 나의 목소리를 전하며
고목처럼 질긴 이 잔인함에
한없이 자책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떠난 후에 알게 되는 것,
그 미래형의 단어를
남들은 다 알고 있는 그 의미를
첫닭이 울기 전에
아니라고 아니라고 아니라고
세 번을 부정하는 못난 베드로가 되었습니다.
세수도 거른 아침은
또 다시 바쁜 저녁을 맞을 테지만
현재형의 사랑은 영영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진실과 마주할 밤이 너무 두렵습니다.
아주 오래된 노트를 뒤적이다 낙서처럼 끄적인 시 한 편을 발견했다.
사랑의 경험도 많지 않은 나로서는 선명하게 그 기억이 떠오를만 하건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찾을 수가 없었다.
'미시 경제학' 노트에 적힌 이 시의 말미에는 이어 쓰기 위해서 적어 놓은 여러 단어들만 난무할 뿐 제대로 이어진 문장은 없다.
이렇게 답답할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