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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티모시 페리스 지음, 최원형 옮김 / 부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신년이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신년이면 으레 자기계발서에 손이 간다.
2009년 12월 31일과 2010년 1월 1일은 불과 단 하루 차이일 뿐인데, 우리는 마치 한 세상이 저물고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는 것처럼 흥분했던 것도 아주 오래된 기억처럼 흐릿하다. 이제 곧 설이 다가오니 음력으로는 새해가 멀지 않은 셈이다.
신년이면 습관처럼"나는 이제 다른 사람이 될 테야!"라는 선언을 하고. 그에 걸맞는가장 유용한 도구로 자기계발서를 찾게 마련이다. 내가 지금껏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얼마나 잘못 살아왔는지 책은 구구절절 고발한다.
처방은 아주 쉽다. 지금껏 살아온 취향과 습관, 가치관을 모두 버리고 이 책이 알려주는 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괜찮아질 거라고, 언제나 남의 몫 같기만 했던 행복이 비로소 내 손아귀에 잡힐 거라고 속삭인다.
씁쓸하지만 한 움큼의 초라한 희망으로 우리는 한 해를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사들인 자기계발서만 해도 줄잡아 마흔 권이 넘으니 나도 어지간히 희망에 목말라 했나 보다.
어찌됐든 책을 읽었으니 리뷰를 써보자.
이책은 저자가 프린스턴대학교의 기업가 과정 초빙 강사로 '재미와 수익을 위한 마약 밀매'강좌에서 선보인 내용을 바탕으로 쓰여졌는데, 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문화지체현상(급속히 발전하는 물질문화와 비교적 완만하게 변하는 비물질문화간에 변동속도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사회적 부조화)을 실감했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출퇴근을 반복하는 현대인의 의식은 십 년 또는 그 이전의 사고방식으로 가득차 있다는 사실에 나는 새삼 놀란다.
이책에서 저자는 네 단계, 즉 정의(Definition), 제거(Elimination), 자동화(Automation), 해방((Liberation)의 과정을 통하여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하면서도 연봉 50만 달러를 버는 뉴리치로 성공하는 방법을 아주 세세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환상적이지 않은가?
통속적이고 보편적인 통념을 냉철히 분석하고 한번쯤 회의(懷疑)함으로써 스스로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 업무에 있어 불필요한 행동이나 시간을 제거하고, '아웃소싱'(인도와 같은 신흥국가의 유능한 인력을 활용)을 통한 업무의 위임(자동화된 시스템의 구축),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하여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을 유익하고 기동성 있게 쓰는 방법과 공허함을 메우는 마음가짐을 다루는 해방의 단계를 실천하면 누구나 뉴리치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 본인이 경험을 통하여 얻은 지식이니 일견 머리를 끄덕일 만한 내용도 있다.
다만 저자가 제시하는 사이트는 모두 미국이나 인도이고 보니 우리 실정에 안 맞는 점도 있다.
결국 이 책을 한 마디 말로 요약하자면 "새로운 시대에 맞게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