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과의 어색한 동거가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장군의 기세가 매섭다 보니 쉽게 적응하고 가까워지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과거 우리가 어렵고 못 살던 시절 같으면 몸에 걸친 입성도 허술하고, 지금의 추위보다 훨씬 매섭기도 해서 겨울 추위가 아무리 혹독해도 그러려니 하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한겨울에도 도통 추위를 모르고 지내는 터라 추위를 알리는 일기예보에도 지레 겁부터 나게 마련입니다. 말하자면 추위에 대한 엄살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다는 뜻이지요. 강추위도 없고, 반짝하는 추위도 길게 이어지는 법이 없다 보니 추위에 대한 내성이 사라진 것도 사실인 듯합니다.
오늘은 지난 정권의 실세 중 실세였던, 이른바 V0로 일컬어지던 김건희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재판장이었던 우 부장판사는 퇴임 후 자신의 영달을 위하여, 자신이 소유한 법적 지식을 모두 동원하여 김건희의 무죄 선고를 내리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듯 보였습니다. 이번 판결로 인하여 그가 판사직에서 물러나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김건희 일가의 집사 변호사로 영전할 가능성이 전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스스로 믿게 되었을 듯합니다. 국민들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눈 한 번 질끈 감고 양심과 논리에 반하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지요. 사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퇴직 후에 일용직을 해야 하나 아니면 어느 회사 수위 자리를 알아와야 하나 그도 저도 아니면 아파트 경비라도 부탁해야 하나 등 별별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는 게 다반사인데 범죄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던 어느 사모님을 무죄로 사하여줌으로써 평생을 보장받을 수만 있다면 그 또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지요.
특검의 15년 구형에 대하여 1년 8개월을 선고한 것을 보면 재판장의 노력이 눈물겹도록 가상하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혹자는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불공정한 판결이 아니었느냐고 말이지요. 돌이켜보면 요양원을 운영하던 그의 오빠 역시 수십억 원을 횡령하였지만 불구속 송치되었고, 요양원 운영에 깊이 관여하였고 동종 전과도 있는 그녀의 엄마는 검찰에 숫제 송치조차 되지 않은 걸 감안할 때 김건희에 대해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집행유예로 풀어주지 않은 것만으로도 공정한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일반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선고 결과이겠지만 말입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 것이 아니라 만 명에게만 평등한 것'이라고 했던 고 노회찬 의원의 말처럼 대한민국의 법은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규정하였던 김건희에 대해 사법부는 한없이 초라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그녀에게 한껏 낮은 자세로 머리를 조아렸던 것입니다. 일개 공무원 신분인 그가 퇴임 후에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구걸하기 위해 공손하게 두 손을 모았던 것입니다. 오늘은 한낮에도 바람이 몹시 차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얼굴에는 화끈화끈 열이 오릅니다.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