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못한다는 착각 - 우리 스스로 수학 지능을 구축하는 놀라운 생각의 기술
다비드 베시 지음, 고유경 옮김 / 두시의나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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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게 많아서 머리가 어지럽고 복잡할 때는 유튜브에 올라온 수학 문제를 풀어보는 경우가 더러 있다. 예컨대 '심심할 때 풀어보는 문제'라는 제목으로 올라오는 간단한 기하 문제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좀 더 깊이가 있는 난해한 문제를 풀어볼 때도 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수학 문제라니, 그러면 머리가 맑아지는 게 아니라 골치만 더 아파지는 거 아니야?"라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그건 정말 몰라서 하는 얘기다. 수학에 필요한 언어와 소통을 위한 약간의 요령만 터득한다면 수학만큼 단순하고 명쾌한 것도 없다. 그것은 우리가 지하철을 타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티켓에 돈을 충전하고, 출입구의 일정한 위치에 티켓을 터치하면 문이 열리고, 자신의 목적지와 일치하는 지하철 노선을 타고, 목적지에서 내리면 된다. 각 구간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하라는 대로 해야지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내세우면 목적지에 도착하기는 어렵다. 도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힘겨운 과정이 될 것이다.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도 비슷하다. 주어진 도형에 보조선을 긋고, 식을 세워 모르는 값을 찾고, 이를 적절히 대입하여 원하는 답을 구하면 된다. 물론 적정한 보조선을 그을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보조선을 긋지 않더라도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문제가 대다수인 까닭에 문제를 풀기 위해 집중하는 그 잠깐의 시간이 우리의 뇌에게는 '쉼'이자 '휴식'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직관은 수학의 영혼이다. 직관이 없으면 수학은 그 의미를 잃는다. 하지만 수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이를 바꿀 방법이 없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 수학적 직관이 딱 굳어진, 극복할 수 없는 한계라고 믿는 것은 잘못이다. 수학적 대상을 향한 직관은 타고나는 게 아니다. 고정된 것도 아니다. 올바른 방법을 따르기만 하면 날마다 새로운 직관을 쌓아 올리며 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  (p.18)


다비드 베시의 저서 <수학을 못한다는 착각>을 읽다 보면 수학에 대한 대중의 편견이나 오류가 하나둘 벗겨질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이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유익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학을 업으로 하지 않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수학과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중,고등학교 시절 우리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쳐다보기도 싫은 수학 문제를 억지로 풀거나 그런 과정을 반복하는 바람에 수학으로부터 멀어진, 이른바 '수포자'의 길을 오랜 시간 동안 걸어오기도 했다. 그리고 수학이 대학 진학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서 기능할 뿐 그 이후에 우리는 수학과 완전히 결별하는 불행한(?) 선택을 마다하지 않았다.


"수학이 영원한 진리를 만들어내는 데만 유용했다면, 우리 삶에 아무런 쓸모가 없었을 것이다. 인간의 경험에는 영원한 진리가 들어갈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우리의 언어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수학을 배우고 가르친다. 어떤 식으로든 수학이 여전히 우리에게 유용하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수학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또 수학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이해하려면, 수학의 가장 현실적인 측면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수학은 우리의 사고방식에 직접 작용해 세상을 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주는 도구다."  (p.316)


한 사람의 어휘 수준이 그가 보고 이해하는 세계의 범위를 결정한다. 우리는 우리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세상을 언어를 통해 이해하고,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상의 언어와 더불어 수학적 언어 등 다양한 언어를 접하고 배울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자신이 경험하는 세상이 한층 넓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어휘를 접하고, 어휘와 문장을 익히는 까닭은 세상을 향한 나의 이해력을 높이고자 함이다.


"내 목표는 수학을 더 쉽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수학은 누구에게나 결코 쉬운 과목이 될 수 없다. 수학이 쉬워야 할 이유도 없다. 나는 다만 수학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수학을 탐구하고자 하는 이들이 자신의 열정과 야망에 따라 수학을 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을 뿐이다."  (p.374 '에필로그' 중에서)


수학은 분명 일상의 언어와 확연히 다른 언어다. 나 역시 관심은 있지만 수학적 언어는 기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수학적 언어를 사용하는 즐거움은 알고 있다. 일상의 언어와는 다르게 수학적 언어는 쓰는 과정에서 논리를 발견하고, 때로는 오류도 발견하면서 원하는 정답에 이르게 된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지만 하나하나의 과정을 넘다 보면 자연스레 정답과 조우하게 되는 것이다. 일상의 언어는 결코 그와 같은 과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뜻과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수학적 언어에는 증오나 비하의 표현도 없다. 일상의 언어로 인해 지치고 힘든 사람이라면 한 번쯤 수학적 언어를 통해 정화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수학과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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