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령 - 지금, 사랑을 시작하라
이용현 지음 / 필독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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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았을 때의 느낌부터 말할 필요가 있겠구나 싶다. 포켓북 형식으로 꾸며진 이 책은 한 손안에 들어올 정도의 아담한 사이즈의 양장본인데, 표지는 키스를 하고 있는 두 남녀의 사진과 책의 제목 등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편집이다. 그럼에도 나는 8,90년대의 향취를 책에서 느꼈다. 뭔가 낡고 구시대적인 느낌 때문은 아니었다. 그 시절의 시집 스타일이 딱 그랬다. 휴대폰도 없고 인터넷도 보편화되지 않았던 당시에 사람들은 약속이 있어 외출하는 날이면 손가방 한켠에는 언제나 작고 가벼운 책 한 권을 챙겨 가곤 했었다. 읽든 안 읽든 상관없이 말이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도 사람들은 자신의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거나 신문을 펼쳐 읽곤 했다. 내가 읽는 책의 속도처럼 시간은 천천히 흘렀고, 아스라한 추억만이 켜켜이 쌓여갔다. 이용훈 작가의 <사랑령>을 받아 들었던 나는 책을 읽기도 전에 기억도 가물가물한 과거의 어느 시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에게 사랑령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사랑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랑을 잊지 말라는 다짐이며, 사랑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격려이며, 사랑을 실천하라는 다정한 선언이다."  (p.7 '들어서며' 중에서)


책에도 유행이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필사가 유행인 요즘 사람들은 마음에 드는 시구나 낭만적인 에세이의 문장 일부를 독서록에 옮겨 적곤 한다. 때로는 철학이나 심리학 서적의 아포리즘을 기록하기도 한다. 그와 같은 영향이 출판계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 리 없다. 그래서인지 예전 스타일의 포켓북 형태의 책을 자주 보게 된다. 내가 <사랑령>을 손에 들고 옛 추억에 젖어들었던 것도 그런 이유다. 어쩌면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니까.


"우리의 귀에 "사랑해"라고 말하지 않아도 일상의 작은 소리들이 사랑을 대신한다. 당신에게 사랑은 어떤 소리인가.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듣지 못했던 삶의 배경음에 사랑의 소리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p.65 '사랑의 소리' 중에서)


제1장 '사랑령의 선포', 제2장 '존재와 사랑', 제3장 '사랑의 표현', 제4장 '사랑의 실천', 제5장 '사랑의 장애물과 시간', 제6장 '사랑의 힘'으로 구성된 이 책은 어쩌면 필사에 적합한 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사랑'이라는 말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왜 늘 사랑이 고프고 사랑에 굶주린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일까, 하는 문제이다. 현대인이 정작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재의 사랑에 집중하지 못하는 까닭이요, 미래의 불안을 잊기 위해 사랑을 하나의 도구로 이용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현대인이 느끼는 강박적인 불안이 우리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음미하는 시간마저 빼앗아 간 느낌이다. 나는 얇디얇은 이 책을 아주 천천히 읽어보기로 했다.


"사랑령은 명령이 아닌 초대다. 더 충만한 존재가 되기 위한 따뜻한 초대. 지금, 여기서 사랑을 시작하라는 다정한 권유.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더라도 사랑의 실천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p.155 '에필로그' 중에서)


멀쩡한 계절 가을이 오면 나는 충만함보다 가슴 아릿한 슬픔이나 허전함을 먼저 느끼곤 한다. 사랑이 부족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사랑령>을 다 읽었던 간밤에는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하염없이 내렸고, 나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서성거렸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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