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기온은 높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기분 좋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징검다리 휴일 사이에 끼인 금요일 오후, 휴가를 떠난 직원들의 빈자리에서 "야호!" 소리가 수시로 들리는 듯한 착각 속에서 출근한 직원들의 후줄근한 얼굴들이 겹쳐집니다. 휴가 신청 순위에서 밀렸거나 급하게 처리해야 할 피치 못할 업무 때문에 출근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던 동료들. 나는 그들 한 명 한 명으로부터 숙명과도 같은 직장인의 비애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하늘처럼 어두웠던 깊은 우울과 함께 말입니다. 한 주를 마감하는 금요일이고 이틀 동안의 휴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은 그들에게 그닥 큰 위로가 되지는 못하는 듯했습니다.


한 주를 돌이켜보면 금주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동해안 유전 소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은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며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기관과 전문가들 검증도 거쳤다"고 주장했습니다.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발표였습니다. 보수 언론과 정부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발표가 마치 산유국 대한민국의 증표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떨었고, 관련 주가는 폭등했습니다. 나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 그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주가조작의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주가조작 전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 중 모르는 이가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21%라는 처참하게 낮은 지지율을 회복할 방법은 전무해 보이는 까닭에 대통령이라는 지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실컷 돈이나 벌어보자는 쪽으로 국정 기조를 바꾼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시추공 하나를 박는 데 일천억 원가량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지만 그게 어디 대통령의 개인 돈이겠습니까. 어차피 그 많은 돈이 세금에서 지출되더라도 석유의 존재 유무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한참이나 지나서야 밝혀질 테니까 말입니다. 대통령의 국정 브리핑을 적절히 이용만 하면 관련 종목의 주가를 띄우는 일이야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기'가 아닐 수 없고, 그 소식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주가조작 전문가는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원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제는 제69회 현충일이었습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이셨던 저의 선친 역시 현충원에 잠들어 계신 까닭에 현충일은 왠지 모르게 숙연해지곤 합니다.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북한 정권은 역사의 진보를 거부하고 퇴행의 길을 걸으며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서해상 포사격과 미사일 발사에 이어 최근에는 정상적인 나라라면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비열한 방식의 도발까지 감행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생계비가 탐이 나서 지속적으로 삐라를 살포하는 탈북자 단체의 행위 역시 비열한 방식의 도발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만 이에 맞대응하는 북한의 오물 풍선을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막겠다는 건지, 아니면 그냥 좌시만 하겠다는 건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연설이었습니다.


주말 휴일에는 비가 예보되어 있습니다. 벌써부터 습도가 높아지는지 기온이 떨어져도 후텁지근합니다. 로또 복권을 사는 것처럼 어느 날 있을 대통령의 국정 브리핑이 내가 보유한 주식에 관련된 내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도 말고 두 번만 상한가를 갔으면 좋겠습니다. 비실비실하던 '한국석유' 주가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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