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당신의 생명은 한없이 가볍습니다.
주말이고 6월의 첫날입니다. 하늘은 실수인 듯 조금 흐렸고 이따금 바람이 붑니다. 아, 바람! 그런 뜻의 바람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최근 우리나라의 뉴스 1면을 달구고 있는 모 재벌 회장과 최고 권력자의 딸 간의 이혼 소송을 떠올리게 됩니다. 1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재산 분할과 20억 원의 위자료. 물론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 만큼 모든 게 확정되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우리와 같은 일반 서민의 입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액수의 이혼 비용을 감당하고서라도 당사자인 재벌 회장은 과연 실제 이혼을 결행할 수 있을까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물론 혼인 파탄의 책임이 전적으로 재벌 회장에게 있는 까닭에 그 책임 또한 전적으로 재벌 회장이 지는 게 법적으로, 도의적으로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말입니다. 이 소송의 귀책사유 역시 아내 있는 남편의 '바람'이었습니다.
또 한 명의 꼴통 보수의 이혼 소송이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꼴통 보수인 대통령과 우리 국민 사이의 결별입니다. 국민들은 이미 '헤어질 결심'을 굳힌 듯합니다. 취임 2년 차의 대통령 지지율이 21%라는 건 우리 국민 열 명 중 여덟 명이 지지를 철회했다는 의미이고, 지금 당장 헤어져도 아쉬울 게 없다는 뜻일 테니까 말입니다. 어쩌면 그들 중 상당수가 제발 하루라도 빨리 헤어지게 해 주십사 새벽마다 정화수를 올리고 정성스레 치성을 드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극단적인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설마 그 귀책사유가 국민에게 있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꼴통 보수들 상당수는 그 귀책사유를 국민에게서 찾고 있습니다. 무식한 국민들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것이지요.
꼴통 보수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들의 명예가 '원 오브 뎀'인 국민들의 생명이나 인권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는 점입니다. 그런 까닭에 10.29 참사의 희생자도,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도 이름을 기억할 필요는 없을 뿐만 아니라 꼴통 보수인 자신들이 법적인 책임을 짐으로써 자신들의 명예가 실추당할 이유도 없다는 것입니다. 위패도 없는 분향소가 차려진 까닭도 그런 이유입니다. 죽어서도 그들은 '원 오브 뎀'으로 남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민생탐방에 나선 대통령이 머리가 하얗고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에게 반말을 찍찍하는 까닭도 모두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입니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꼴통 보수의 명예 또한 '원 오브 뎀'인 노동자의 생명보다 소중한 까닭에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한 법적 제재란 그들 사전에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원 오브 뎀'이었던 어느 해병의 죽음 때문에 꼴통 보수인 사단장의 명예가 실추된다는 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현실이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의 인권이나 목숨은 유부남인 꼴통 보수의 외도에 의한 혼외자의 출산 혹은 단 한 번의 바람보다도 가벼운 것이었습니다. 왜 보수 정권하에서는 많은 생명이 죽어 사라지느냐고요?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당신의 생명은 한없이 가볍습니다. 당신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