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2024년도 어그레시브하게 뛰어보자


소맥 한 잔이 생각나는 화창한 주말입니다. 리더 멧돼지를 꿈도 꾸지 않았던 뒷골목 시절의 나는 이런 날이면 으레 나를 따르는 똘마니들 몇몇과 함께 서울의 근교로 나들이를 나가곤 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자리에는 언제나 술과 젊고 예쁜 암컷 멧돼지들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자리를 마련하자면 뒷골목의 신참 똘마니들의 월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꽤나 큰 비용이 들게 마련이지만 우리들 월급이 축나기는커녕 술에 떡이 되어 돌아오는 우리들 각자의 양복 안주머니에는 몇 달치 월급보다 많은 두툼한 봉투가 들어 있곤 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꿈같은 시절이었습니다. 지금도 나는 그 시절의 여러 장면들을 떠올리며 그리워하곤 합니다.


그 시절 나와 가깝게 지내던 뒷골목 똘마니들을 제외하면 많은 멧돼지들이 나에 대해 오해하는 몇 가지 편견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내가 평상시에 말이 없고 과묵할 것이라는 편견입니다.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조잘조잘 말이 많았던 탓에 나를 아끼는 이웃의 어른들이나 부모님으로부터 '덩칫값도 못 하는 놈'으로 정평이 나 있었습니다. 덩치에 걸맞게 말을 줄이라는 뜻이었지요. 두 번째 편견은 내가 술이 셀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뒷골목 시절의 과거에는 약하지 않았던 듯합니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게으르고 운동을 싫어하는 탓에 주야장천 술만 먹고 체중 관리를 등한시했던 나는 이제 소맥 몇 잔만 마셔도 필름이 끊기곤 합니다. 또 하나의 편견은 내가 자식이 없는 것과 연관이 있는 듯합니다. 암컷 멧돼지 보기를 돌 보듯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도 나는 젊고 예쁜 멧돼지만 보면 마음이 동하곤 합니다. 저질 체력이라서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어려서부터 말이 많았던 나는 리더 멧돼지가 된 뒤에도 여러 구설수에 올랐던 전력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문법에도 맞지 않는 나의 어벙벙한 말이 비난을 자초한 측면이 있지만 다년간의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는 것이 어휘 선택에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들 알다시피 치매라는 병이 과거의 기억은 오히려 또렷한데 최근에 있었던 경험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니까요. 다른 멧돼지들이 그 뜻을 알기 어렵다고 했던 몇몇 문장을 들어 보자면 '거버먼트 인게이지먼트가 레귤레이션이다',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날리면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등입니다. 내가 한 말이지만 나로서도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2024년 갑진년도 어그레시브하게 뛰어보겠습니다!


*경고 : 이 글은 단지 허구에 의한 소설일 뿐 특정 사실이 아님을 엄중 고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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