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의 색깔이 예년에 비해 칙칙하고 곱지 않은 것은 기후 탓이리라. 인간이 제 손으로 제 발등을 찍는 일이 어디 이것뿐일까마는 겨울로 가는 길목의 11월에 30도를 넘나드는 더위는 좀 심하지 않나 싶다. 계절을 잊은 날씨에 섬뜩한 느낌이 들 만도 하련만 반복되는 이상기후에 면역이 된 사람들은 그저 무감각할 뿐이다. 계절을 잊은 날씨와 철이 들지 않은 사람들. 이상기후와 정신이상의 콜라보. 뭐가 문제인지 도통 감을 잡지 못하는, 인지 기능마저 고장 난 사람들이 한 해가 저무는 줄도 모른 채 거리를 헤매고 있다. 비가 예보된 주말 날씨는 끄물끄물 그저 흐림.


정부의 2024년도 R&D 예산 삭감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반발이 심하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미래의 먹거리인 연구개발비를 대폭 줄인다면 대한민국의 비전은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대응 예산은 대폭 늘리면서 정작 필요한 예산은 없애거나 삭감하는 게 현 정부의 방침이고 보니 R&D 예산 삭감 소식이 그닥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 정책에 분개하는 후배들을 보고 있노라니 이 모든 것의 발단이 나를 포함한 무기력한 기성세대의 책임인 양 여겨져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나날이 늘어나는 무역 적자와 환율 방어를 위해 쓰이고 있는 외환보유고의 막대한 감소는 제2의 IMF사태를 부추기고 있다. 그럼에도 환율은 꾸준히 올라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이로 인한 재료비 부담 탓에 가게를 접는 상인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 현실. 그럼에도 대통령 부부는 순방을 빙자한 해외여행에 열을 올리고 이런 답답한 현실을 사실대로 직보할 만큼 용기 있는 참모진은 단 한 명도 없으니 대한민국 경제의 개선 가능성은 전무한 듯 보인다. 이런 마당에 그들의 욕심은 끝 간 데 없이 치솟아 양평군 강상면으로 고속도로를 내자는 둥 김포를 서울시에 편입하자는 둥 부동산 신화를 이어가려 하고 있다.


"이게 나라냐?"는 자조 섞인 한탄은 전국 어느 곳을 가더라도 가볍게 튀어나온다. 국민건강보험의 복지혜택을 축소하고 장애인과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 대한 돌봄 서비스 등 약자에 대한 비용은 없애면서 부자들에 대한 감세와 일본을 위한 비용은 전혀 아깝지 않다는 듯 선심을 쓰고 있다. 이상기후와 정신이상의 콜라보. 그 천연덕스러운 조화가 이 가을을 더럽히고 있다. 철없는 혹은 철 모르는 사람들이 경제는 어찌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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