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날 만큼 높고 푸른 하늘입니다. 이런 날이면 찬바람에 요동치던 첫눈의 흩날림처럼 마음은 좀체 진정되지 않은 채 흔들리고, 시기도 특정할 수 없는 먼 기억의 숲을 하염없이 헤매거나 다가오지 않은 어느 시점의 미래를 향해 이리저리 내달리곤 합니다.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하면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일어나고 잠시 동안의 프롤레타리아 독재 과도기를 거친 이후 진정한 이상적 사회가 나타난다고 예견했던 마르크스의 주장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오히려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하면 제일 먼저 낭만이 사라지고, 감정이 무뎌진, 이를테면 기계화된 인간만 남게 된다는 게 나의 생각입니다.


10.29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오늘, 푸르디푸른 하늘을 향해 눈물 한 방울 떨구었던 게 내가 할 수 있는 조촐한 추모였습니다. 이상하게도 대한민국에서 보수 정권이 집권하면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칩니다. 페리호 침몰과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참사가 그렇고, 이태원 참사가 그렇습니다. 잠잠하던 묻지마 범죄도 횡행합니다. 가족 전체가 목숨을 끊는 일도 증가합니다. 이 모든 게 서로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개별적인 사건일까요? 나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오직 권력과 부의 쟁탈에만 몰두한 탓에 발생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쪼그라든 출산율로 인구 자연감소가 진행되는 요즘, 사건 사고로 많은 생명이 사라진다는 건 참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월별 출생아 수가 2만 명을 밑도는 작금의 상황에서 합계출산율 0.7명선마저 무너질 날이 멀지 않은 듯합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과 청년 취업 지원 예산 등은 대규모로 깎을 듯합니다. 검찰 특활비나 순방 예산은 증액하면서 말이지요.


도시에서도 그렇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아이 울음소리를 들었던 게 언제였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서 은둔형 외톨이로 전락하고, 그들은 결국 분풀이 삼아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곤 합니다. 조금의 아량이나 관용도 없는 이 사회는 그들에 대한 처벌만 관심이 있을 뿐, 그들 또한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동료이자 이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습니다.


하늘은 눈물이 날 만큼 높고 푸르릅니다. 단풍이 드는 나뭇잎 사이로 푸석푸석한 생명들의 아우성이 들립니다. 내일은 10.29 참사 1주기, 그들을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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