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아내 멧돼지, 그 욕심의 끝은 어디일까?


내가 리더 멧돼지가 된 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나를 지지하는 세력의 대부분이 몇몇 부류로 크게 나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동안 지은 죄가 많아 뒤가 구리거나 남들보다 욕심이 많거나 작은 협박에도 쉽게 겁을 먹을 정도로 소심하거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통 알지 못할 정도로 무식하지만 한 번 포섭이 되면 의리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강한 세력이 그들이라는 것입니다. 얼굴을 맞댄 자리에서 직접적으로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나를 지지하는 열혈 세력들은 위에서 언급한 특성 중 적어도 한두 가지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특성에 의해 그들의 행동마저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나는 요즘 나를 지지하는 똘마니 멧돼지들의 돌출 행동으로 인해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수조에 든 바닷물을 벌컥벌컥 들이켜질 않나,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아내 멧돼지와 그 일가가 소유한 땅 쪽으로 길을 낼 계획을 세우는 바람에 다른 멧돼지들로부터 느닷없는 비난과 함께 공분을 사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돌출 행동은 사실 나를 향한 충성심을 드러냄으로써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사전 포석에 불과한 것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일반 멧돼지들과 나를 반대하는 세력들에게는 참으로 뜬금없는 짓거리로 비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를 공격할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처사는 아닐 듯합니다. 물론 뒷골목 똘마니들을 동원하여 이런저런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고 내 주변의 멧돼지들이 감옥에 가지 않도록 손을 쓰고는 있지만 나에게도 임기가 있고, 권력이라는 것도 때가 되면 시드는 까닭에 주변의 멧돼지들을 단속하고 조심시킬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아내 멧돼지와 처가 멧돼지들의 욕심을 통제하는 건 나로서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희롱 멧돼지의 과한 충성심과 아내 멧돼지의 욕심이 만들어 낸 이번 사달로 인해 어쩌면 다음 달에 있을지도 모르는 기시감 멧돼지의 핵 오염수 방류가 내게는 치명적인 지지율 하락을 불러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겁 많고 단순하며 다혈질인 희롱 멧돼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할 순간이 올지도 모릅니다. 아내 멧돼지를 버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도 칠 것처럼 먹구름이 몰려왔다 금세 사라지곤 합니다. 나른한 권태가 전신으로 찾아드는 오후, 죽음에 대한 공포가 불현듯 몰려옵니다. 리더 멧돼지가 되기 훨씬 이전부터 지은 죄가 너무나 많았던 나는 어느 날 갑자기 벼락을 맞는다 해도 하등 이상하지 않을 듯합니다. 나를 부추기는 건 아내 멧돼지의 욕심 탓이기도 합니다만 그럼에도 나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건 유난히도 겁이 많은 나의 성격 탓이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아내 멧돼지의 끝을 알 수 없는 욕심은 나를 더욱 두렵게 합니다.


*경고 : 이 글은 단지 허구에 의한 소설일 뿐 특정 사실이 아님을 엄중 고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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