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자 - 돈·시간·운명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는 7단계 인생 공략집
자청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가 멀다 하고 자기계발서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좋은 책을 일삼아 골라내는 것도 힘든 노릇이다. 그렇다고 아무 책이나 잡히는 대로 읽자니 그것 또한 마뜩잖은 일이고 말이다. 물론 범람하는 책의 물결과 더불어 추천도서를 선별하여 준다는 사이트나 사람들도 비례하여 늘어나고 있으니 잘만 이용하면 시간도 아끼고 돈도 아낄 수 있겠거니 생각하겠지만 바쁜 현대인들이 그들 사이트를 일일이 검색하여 자신의 취향과 적성에 맞는 사이트를 찾아내는 것도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터, 그러다 보니 좋은 자기계발서를 만나는 게 그야말로 복불복 게임에서 자신의 운을 점치는 일이 되고 말았다.


유튜브 채널 <라이프해커 자청>의 운영자이자 사업가로 널리 알려진 자청의 저서 <역행자>를 읽었을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행자> 역시 수많은 자기계발서 중 한 권인 원 오브 뎀(one of them)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별 기대도 없이 집어 들었던 책은 어느 순간 삐딱하던 나의 자세를 고쳐 앉게 만들었다. 허투루 읽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역행자>는 이제 수많은 자기계발서 중 특별하지 않은 한 권, 말하자면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저자의 논리와 설득력으로 인해 수많은 독자들 중 한 명이었던 내가 특별한 독자로 남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인간은 돈 버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에 대해 혐오감을 느낀다. 자의식이 가로막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의 성공 사례에 나온 사람들은 이미 역행자가 되기에 충분히 준비된 상태였다. '나는 돈이 없다. 그리고 돈이 필요하다'라고 인정함으로써 이미 자의식 해체가 끝나 있었다. 그래서 자신보다 대단한 사람들을 찾아 나서서 돈을 내고 배우려고 했다. 돈을 버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믿고, 미래 가치에 투자했다. 또한 그들은 의식하지 않았지만 7단계 모델을 따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p.258)


위의 인용문에서도 말하고 있는 것처럼 저자는 '자의식 해체'를 특히 강조한다. 세상과 나를 구분하는 경계, 나와 타인을 구별하는 경계는 바로 자의식(혹은 에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계를 허문다는 건 일견 두려운 일일 수도 있다. 자신의 고정적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구축된 자기만의 안전하고 익숙했던 세상에서 벗어나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일종의 도전이자 모험이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자의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쌓음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드라마틱하게 바꾸는 일이 변화의 2단계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들은 왜 연애에 실패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많이 안 해봤기 때문이다. 별로 경험도 없으면서 마음속에는 판타지와 자기만의 룰로 가득 차 있다. 연애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관심과 자원을 주고받는 일인데, '나'라는 존재가 너무 소중한 이들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거나 받아주는 데 서투르다. 옷자락을 적시지 않고 물놀이를 할 수 없듯이, 자아에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으면서 연애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상처 입지 않는 것만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  (p.72)


그러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시대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과제로 남는다. 우리에게는 조심성 강한 유전자가 과거로부터 꾸준히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유전자는 변화가 많지 않았던 원시 시대에는 유리하게 작동했겠지만 지금처럼 빠른 변화가 요구되는 시대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자유 박탈'이라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므로 변화를 기피하는 유전자 오작동을 의식적으로 이겨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3단계이며 4단계에서는 권투 선수가 운동을 통해 신체를 최적화하는 것처럼 뇌를 최적화하여 '자동 수익'에 이르도록 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경제적 자유와 돈에 대해 말했다. 하지만 진정 말하고 싶었던 주제는 행복이다. 만약 내가 행복에 대한 책을 썼다면 사람들이 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돈이라는 주제를 미끼로 행복해지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가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진정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경제적 자유를 이룬 덕분이다. 누구도 돈 자체를 위해 살지는 않는다. 돈은 행복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중요하다."  (p.287)


저자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역행자의 지식을 따르라고 말한다. 자신의 운명이나 본성에 맞서 역행자로서의 삶을 살라는 뜻이다. 돈을 버는 근본 원리인 "상대를 편하게 해 주기" 혹은 "상대를 행복하게 해 주기"를 꾸준히 실천함으로써 패배를 통해 성장을 지속하라고 권유한다. 실패를 해야만 '레벨업' 버튼을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둑에도 상대방을 이길 수 있는 원리가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에도 경제적 자유를 획득할 수 있는 성공의 비법이 존재한다. 그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원리와 비법만 안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승리의 경험과 자신감이 나를 더 높은 단계로 밀어 올리며 그와 같은 과정은 다른 어떤 분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이 책을 더욱 집중해서 읽었던 까닭은 저자가 강조하는 바가 나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과 융합하기 위해서는 자의식 해체가 필수이며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가 성공의 밑거름이라는 생각. 우리는 어쩌면 자의식 과잉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까닭에 나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한 발 양보하거나 융화하지도 못하고, 세상을 온통 적대시하며 불행을 자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산을 오르고, 틈틈이 책을 읽고, 메모를 하거나 글을 썼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려운 것은 자의식을 해체하는 일이다. 아무리 제 멋에 산다지만 자의식을 버리고 새로운 정체성을 세우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오늘도 나는 자의식의 프레임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겨우 3월이 가고 있는데 들에는 벌써 이른 봄꽃이 피었다 지고 산천엔 온통 신록이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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