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니 문득(이라고 말하면 너무 가식적일 테고 아무튼) 소설이 쓰고 싶어 졌다. 소설을 써본 경험은커녕 짧디 짧은 리뷰 한 편도 쩔쩔매면서 갑자기 웬 소설? 하고 뜬금없어하는 사람들이 다수이겠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이 개판을 넘어 돼지판으로 흐르는 실정이다 보니 사람이 아닌 멧돼지를 주인공으로 삼아 우화를 한 편 써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용산 시민공원을 어슬렁거리는 멧돼지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의 현실을 조금 과장되거나 부풀려서 혹은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다른 멧돼지 무리를 등장시켜 풍자적으로 그려보는 것은 요즘처럼 웃을 일 없는 시기에 개인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차원에서라도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우화의 배경은 주로 용산 시민공원으로 하고 멧돼지 무리를 지휘하는 리더 멧돼지와 그의 아내 멧돼지 그리고 리더 멧돼지의 지시를 따르는 몇몇 멧핵관(일명 멧돼지 핵심 관계자)들을 등장시켜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을 동물의 차원에서 해석해보고자 함이다. 그렇다고 특정 정치인을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해야 하겠지만).


물론 내가 소설이나 우화를 쓸 깜냥이 되지 못한다는 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공모전에 출품할 것도 아니고, 판매를 위한 상업용 목적도 숫제 없으니 단순한 오락이나 도락의 차원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인 듯싶은 것이다. 마감일자가 있어 빨리 쓰라고 들볶일 일도 없을 테고 말이다. 쓰고 싶을 때 쓰고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을 테니 못할 것도 없겠다 싶은 만용이 불끈 솟는 게 아닌가. <멧돼지의 일기>(물론 정해진 건 아니고 가제에 불과하지만)라는 제목으로 아주 천천히... 그에 필요한 소재는 어느 정치인이 무한정으로 제공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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