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을 내 꽃동네에 다녀왔다. 출입구를 지나면 꽃동네의 주요 건물이 보이고 가파른 언덕 하나를 넘으면 나타나는 한적한 산책로와 넓은 잔디밭이 보인다. 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꽃동네 뒤편의 산책로를 따라 한동안 거닐었다.
완연한 가을! 실개천이 만든 작은 물웅덩이에는 가을 햇살을 받고 한가로이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들이 보인다. 철학이란 인간이 만든 가장 '철(딱서니) 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어느 것 하나 가을답지 않은 게 없는 이 계절에 '과연 산다는 게 뭘까?'와 같은 의미 없는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주말을 지난 평일 한낮의 꽃동네는 한적하다 못해 적막했다. 이따금 마주치는 몇몇 사람들과 가벼운 목례를 주고받았을 뿐 촘촘하게 내려앉은 가을 풍경에 방해가 될까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인사조차 건네지 못했다.
사는 게 이처럼 고요하고 평화로울 수만 있다면 사람들에게 종교가 뭔 필요며 싫다는 누군가에게 봉사활동을 종용할 이유도, 그게 어렵다면 후원을 부탁할 이유도 굳이 없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