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가 마치 직업인 듯 굳어진 사람이 있다.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듯 그의 부모님은 그에게 절대 '철수'하지 말라는 의미의 '안철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투철한 청개구리 정신을 타고 태어났던 까닭에 부모님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삶의 방향을 정하고 말았다. 자신은 평생 '사퇴'를 직업으로 삼겠노라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여러 번의 선거에 출마하였지만 출마는 단지 '사퇴'를 위한 초석일 뿐 당선이 목적은 아니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사퇴'를 표명하지 않고 있는 그에게 이제껏 보여왔던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고 '또 철수'가 아닌 진정한 '안 철수'로 돌아왔다며 반겼었다. 그러나 직업의식에 투철했던 그는 모든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프로 사퇴러로서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던 모양이다. 사전투표일을 하루 앞둔 오늘, 그는 전격적인 사퇴 발표를 했던 것이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역시 제각각이었다. '진작에 그럴 줄 알았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천성은 변하지 않는구나' 한탄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번에는 완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려나 내심 기대가 컸었는데 안타깝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체적인 의견은 그럴 줄 알았다는, 사람의 천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의 제1호 '프로 사퇴러'라는 직업인으로서 남은 여생을 살아갈 듯하다. 곧 있을 지방자치단체 선거 혹은 2년 후에 있을 총선거에 출마하여 멋지게 사퇴하는 모습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그것이 곧 '프로 사퇴러'의 임무이자 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