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새김에는 언제나 오류가 따르게 마련이지만 군생활만큼 많은 허풍과 넘치는 오류가 존재하는 이야기도 드물지 싶다. 그래서일까 군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한 처자들이 가장 듣기 싫은 이야기 역시 남자들의 군대 체험기 되시겠다. 물론 남자들이 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이 '뻥'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속설이 처자들의 귀를 어지럽힌 탓도 있을 테고, 군이라는 통제 구역에 대한 공통 관심사 역시 남녀칠세부동석의 가르침과 함께 전혀 진전되지 못한 탓도 있었을 게다. 그럼에도 갓 제대한 대한민국의 예비역들은 자신이 경험한 군대 시절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전달하기 위해 지금도 무진 애를 쓰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들의 주임무가 마치 대한민국의 군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인 양 말이다.


적당한 때에 이르러 "닥쳐!"라는 말로 그들의 입을 다물게 하지 않으면 3박 4일로도 그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르는 까닭에 처자들은 때로 평소에 쓰지 않던 더 심한 말로 그들의 입을 틀어막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아가리 닥쳐!"와 같은, 처자들이 자신의 교양에 극도의 스크래치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모욕적인 대우를 받으면서도 굴하지 앟고 꿋꿋하게 버티는 예비역들이 종종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에 반기를 드는 처자들을 지지하는 또 다른 남자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도 찬란한 '똥방위' 아니 '동방위' 되시겠다. 군에 입대하여 일정 기간을 복무하는 현역병들과는 다르게 지역의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던 단기사병들은 자신의 신체적 결함(?)으로 인하여 현역병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열등의식(또는 한)이 컸던 만큼 현역으로 제대한 예비역들의 '뻥'을 섞은 무용담을 극도로 싫어했었다.


이런 분열에도 불구하고 홀로 고고한 척 이들과 동떨어진 그룹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군 면제자 그룹이었다. 그 이유인 즉 현역 입영자들이 추운 겨울밤 외곽 근무를 서며 과체중, 담마진, 부동시 등 그 많은 면제 조건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그 하나도 건지지 못했을까? 한탄하며 면제자들을 부러워했던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누구는 질병이 없어도 면제를 받고 너는 질병이 있어도 면제받지 못한다는, 현역 입대자는 개 돼지에 불과하다는 조롱과 차별이 그들 사이에는 엄연히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병역 회피는 대한민국에서 중대한 범죄라는 걸 자신들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절대 처벌받지 않는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오늘날 그들의 병역 면제가 의도적 범죄였는지 알아낼 방법은 없다. 밝혀진다고 해도 공소시효가 지났을 테고 말이다. 그러나 양심의 문제는 여전히 유효한가 보다. 자신들의 범죄가 미안했던지 어느 재벌 총수는 '멸공'을 내세워 애국자 코스프레를 하고, 어느 대선 후보는 멸치와 콩을 사서 그 역겨운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민감한 담론 중 하나는 병역 문제가 아닐까 싶다. '멸공'으로 범죄도 세탁이 될 수 있다면, 병역 면제를 그렇게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면 누군들 '멸공' 대열에 앞장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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