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2007년의 국민의힘(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은 다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물론 이명박-박근혜를 제외하면 다른 후보들은 눈에도 띄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후보자들 간 네거티브 공세도 치열하였는데 도곡동 땅 실 소유주 의혹 등에 대해 이 후보는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이라고 일축하며 관련 의혹이 자신과 무관함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 모든 게 '네거티브 공세'일뿐이라는 것이었죠. 덧붙여서 그는 "누구도 나의 길을 막을 수 없습니다. 저는 정직하고 당당하게 살았기 때문입니다."라면서 "누가 나에게 돌을 던질 수 있습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그는 지금 불행하게도 영어의 몸이 되고 말았습니다.

 

현재의 야당 대선 후보는 입만 열면 '공정과 상식'을 부르짖던 인물입니다. 그의 아내와 장모, 혹은 본인의 온갖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게 여당의 공작이라거나 무리한 수사, 혹은 기획 수사라고 치부해 왔던 것도 그런 맥락이었고, 자신과 그의 가족 모두가 떳떳하다는 주장이었죠. 말하자면 "모두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이라고 외쳤던 MB의 재판이었던 셈입니다. 그렇게 말한 바는 없지만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를 만들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해 왔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의 아내에 대한 허위 이력 보도가 곳곳에서 쏟아지자 '공정과 상식'이라는 말이 꽤나 머쓱해지고 말았습니다. 이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화도 내보고 설명도 해보려 했지만 국민 여론은 이미 싸늘하게 변하고 말았습니다. "누가 나에게 돌을 던질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국민 대다수가 돌을 던질 듯한 분위기인 셈이지요.

 

지금 시점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려면 아내를 버리거나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는 게 합당하겠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그는 또 아내를 버린 비열한 인간이 되고 말 테니까 말이죠. 진퇴양난은 아마도 이럴 때를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말이 되면서 따뜻했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눈도 조금 내려 추운 날씨에 한기를 더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작금의 대선 정국은 올해의 날씨만큼이나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변덕 심하던 이 날씨도, 국가의 존망이 걸린 대선 정국도 제 자리를 잡고 잠잠해지겠지요. 그때까지 국민 모두가 잘 견디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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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 2021-12-17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사람들은 자기 내면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것 같습니다. ‘공정과 정의‘는 애초 기득권을 오랜동안 향유하고 있는자가 입에 담을 언어가 아니죠. 영웅주의라는 힘에 도취해 주변 진실의 목소리들이 들리지 않을 겁니다. 꼼쥐님이 지적하신 반복되는 거짓말이 수구진영에서 거듭되는 이유에 공감합니다. 아마 그에게는 지금 이순간에도 타인은 보이지 않을겁니다.

꼼쥐 2021-12-25 16:46   좋아요 0 | URL
기득권을 향유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순간에만 정의롭거나 공정하다고 보이고 싶어 할 뿐이죠. 그 외의 일상에서는 어떻게 행동하건 양심에 거리끼지 않는 듯합니다. 토끼가 수궁에 갈 때 간을 빼놓고 왔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죠.

2021-12-17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5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