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가까울수록 무겁고 칙칙한, 이를테면 아무런 특색이 없는 무채색의 날들이 부지런히 흘러간다. 나는 오늘도 일주일째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대해 몇 마디 언짢은 말들을 내뱉었고, 그렇다고 스산한 날씨가 갑자기 맑고 온화한 날씨로 뒤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에 괜스레 머쓱해진 나는 잠시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렇게라도 나는 사그라드는 시간에 밑줄을 긋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경찰로 근무하는 친구와의 점심 약속에 늦지 않으려고 서둘러 나갔는데 조금 늦고 말았다. 바쁘다는 친구를 억지로 불러낸 게 나였는데 약속시간마저 늦고 보니 아무리 친한 친구라지만 무람하여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웬 길이 낮에도 막혀?" 괜한 너스레를 떨면서 미안한 마음을 대신했다. 자리에 앉으면서, "뭐라도 시켜서 먼저 먹지 그랬어? 바쁘다는 놈이 기다리는 걸 보니 말짱 거짓말인 것 아냐?" 했더니 친구 왈, "나 정말 바빠. 빨리 먹고 들어가야 해." 하면서 표정마저 진지하게 바뀌고 말았다. 서둘러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온 우리는 세찬 바람에 쏟아지는 낙엽을 비처럼 맞으면서 잠시 걸었고, 친구가 근무하는 경찰서의 자판기에서 인스턴트커피를 뽑아 마셨다.

 


 

눈에 띄는 간판이 보여서 사진을 찍었다. 사장이 누구인지 배짱도 보통 배짱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보수단체가 떼거리로 몰려와 행패라도 부리면 어쩌려고... 혹여라도 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이라도 된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건 아닌지... 보는 내가 다 조마조마했다. 어찌어찌 또 일주일이 흘러 나는 또 주말 저녁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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