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 지친 너에게 권하는 동화속 명언 320가지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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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지치거나 힘든 시간이 지속될 때면 나도 모르게 찾게 되는 곳이 있다. 예컨대 고향이라든가, 부모님 혹은 위안이 되는 다른 가족의 품이다. 그리고 우리는 기억의 저편 너머로 유년 시절의 특정한 시간을 떠올리기도 한다. 마치 자석에 이끌려가는 쇠붙이처럼 말이다. 시간의 미끄럼틀이 처음 시작되는 저 높은 곳의 과거를 향해 치닫는 우리의 회귀 본능은 온 힘을 다해 물살을 가르는 연어의 몸짓과 비슷하다. 죽음에 이르는 시간의 지면에 닿을 때까지 우리는 자신이 지나쳐 온 시간의 미끄럼틀을 몇 번이나 더 거슬러 올라가려는지...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이서희 지음, 리텍콘텐츠)은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다섯 개의 주제로 파트를 나누고, 각 파트에 다섯 권의 동화를 선정하여 각각의 동화에서 발췌한 문장을 위주로 독자로 하여금 자신이 지나온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각 파트의 주제를 살펴보면 PART 1 잃어버린 가치를 찾아..., PART 2 불안한 시간을 위하여..., PART 3 모험과 불확실함 속에서..., PART 4 특별한 세상을 마주하여..., PART 5 소중한 이들을 떠올리며...이고 각각의 주제에는 우리가 한번쯤 읽어보았거나 대강의 내용을 들어봤음직한 동화 다섯 편씩을 배치하고 있다.


"지친 일상 속에서, 막막한 삶의 가운데서, 친절이 무시당하는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자신을 다독이고 타인을 위해 용기 내는 법을 잊어버린 당신에게 동화는 따뜻한 힘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오래도록 읽힌 고전부터 세상에 나온 지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은 이야기까지, 수많은 '당신'과 '우리'를 위한 아름다운 동화 25편을 이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주인공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삶에 공감하고 또 안타까워하고, 기뻐하기도 하며 다양한 감정을 맛볼 수 있도록 그들의 여정을 정리하였습니다."  (p.5~p.6 'Prologue' 중에서)


삶이 힘겨울 때마다 반복하여 찾는 장소가 고향이라면, 삶이 고되고 막막하다고 느낄 때마다 하시라도 되돌아가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시기는 동화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던 그 시절이 아닐까 싶다. 어린 왕자, 크리스마스 캐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빨간 머리 앤, 톰 소여의 모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세암, 아름다운 아이,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키다리 아저씨 등 지금 다시 읽어도 금세라도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날 것만 같은 동화들.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 얼굴에는 온통 주름이 깊게 파였다 할지라도 순수했던 그 시절의 기억들을 어찌 다 잊을 수 있을까. 다만 그러들 줄 모르던 용기와 자신감만 조금씩 퇴색되어 갈 뿐...


"난 이 세상 모든 것에 마법이 있다고 믿어. 다만 우리한테 감각이 부족해서 그 마법을 발견하고 유용하게 쓰지 못하는 거야. 전기나 말이나 증기처럼."  (p.69 '비밀의 화원' 중에서)


찬바람이 불던 늦가을의 어느 날, 따뜻한 아랫목에 배를 깔고 엎드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톰 소여의 모험', 눈 내리던 어느 겨울날 쏟아지는 졸음을 쫓아가며 읽었던 '모모' 등 동화를 통해 삶의 방식들을 하나둘 깨쳐가던 내 지난날의 어린 시절.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가진 것 없어도 마냥 행복했던 그 시절의 기억만으로도 나는 언제든 다시 용기를 낼 수 있고, 삭막한 인생길에서도 따뜻한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좋은 성격은 추위나 서리에 상처받으며 풀이 죽기도 하지만 따뜻한 햇살을 만나면 쑥쑥 자랄 수 있어요.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거예요. 저는 역경과 슬픔과 좌절이 정신을 강하게 한다는 의견에 반대해요. 자신이 행복해야 비로소 상대에게도 친절을 베풀 수 있는 법이에요."  (p.208 '키다리 아저씨' 중에서)


오늘은 겨울의 초입이라는 입동. 그러나 날씨는 더없이 포근했고 가지 않은 가을의 풍취가 만연했다. 11월의 둘째 주 월요일인 내일은 비와 함께 오후 들어 북서쪽에서는 찬 공기가 내려오고 산지에는 대설특보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예보가 있다. 바야흐로 2021년의 끝자락에 들어선 것이다. 우리는 또 한 살 나이를 더하고, 기쁘고 행복한 추억과 더불어 슬프고 아쉬운 기억들을 혹은 화나고 절망적인 경험들을 시간의 미끄럼틀 위에 버려둔 채 미래를 향해 모험을 떠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서로를 위한 격려의 말일지도 모른다. 엘리너 H. 포터가 쓴 <폴리애나>에 나오는 말처럼.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격려이다."  (p.219 '폴리애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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