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이나 망실로 인한 불편이 크면 클수록 우리는 다른 어떤 것을 희생하더라도 그 불편을 회복하려는 경향은 누구에게나 있다. 인간의 변덕이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몸은 건강하지만 상대적으로 돈이 부족한 사람은 '내가 한쪽 팔이 없어진다고 한들 돈만 많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라든가 '돈만 넉넉하다면 그깟 건강쯤이야...' 하는 식의 생각을 갖게 마련이다. 말하자면 지금 시점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건강을 대가로 부족한 돈을 맞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건강을 잃고 나면 사람은 누구나 그 반대로 생각하게 된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것이다.

 

며칠 전 윤 전 검찰총장에 대한 중요한 법원 판결이 있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내려진 정직 2개월 징계가 정당했다는 판결이었다. 법원은 오히려 ""채널A사건 수사·감찰 방해와 재판부 문건을 징계 사유로 인정하면 면직 이상의 징계가 가능하므로,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은 양정기준에서 정한 징계양정 범위의 하한보다 가볍다."고 했다. 말하자면 윤 전 총장의 죄는 면직도 가능한 중대 범죄였다는 것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당시 검사징계위원회는 ▲재판부 성향 자료 불법수집 ▲채널A사건 감찰 방해 ▲채널A사건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위반을 징계 사유로 인정했었던 바, 정치적 중립 위반만 무죄로 보았고 나머지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공정과 상식을 주장한다. 뻔뻔함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하면 검찰이나 언론도 감히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기에 정직 2개월의 징계조차 법원 역시 부당하다고 인정해줄 것이라고 확실히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예상과 다른 판결이 나오자 그의 스텝은 꼬이기 시작했다. 이번 판결이 단순한 흠집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수처에 고발된 직권남용 혐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마냥 손을 놓고 기다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여 판결 하만에 항소를 하지 않았던가.

 

자신의 측근을 보호하기 위해 수사에 개입하고, 재판부 성향 자료를 불법적으로 작성하는 등 검찰총장으로 군림하면서 온갖 범죄를 저지르던 그가 이제는 손바닥에 왕(王) 자를 새긴 채 대한민국의 왕이 되려 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는 인물이다. 그를 지지하던 서민 교수도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윤 후보에게 실망한 적 없었지만 이번 판결에 대한 반응을 보며 그에게 처음으로 실망한다.”고 썼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아둔한 사람들은 또 뭐란 말인가.

 

그나저나 계절을 건너뛴 날씨가 갑자기 겨울로 향하는 듯하다. 바람이 불고 기온도 크게 떨어져 쌀쌀해진 느낌이다. 엊그제만 하더라도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렸는데 갑자기 한파주의보라니... 날씨가 더울 때는 제발 기온이 좀 떨어졌으면 싶었는데 갑자기 날씨가 이렇게 급변하니 되려 옛 생각이 나는 걸 보니 인간의 변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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