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삶 - 타인의 눈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는 독서의 즐거움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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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는 언제나 연휴 동안 읽을 책을 고르느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게 웬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며 혀를 끌끌 찰 일이지만 책과 떨어지면 나도 모르게 유아기적 분리불안이 스멀스멀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는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연휴가 길어질수록 연휴 동안 읽을 책에 대한 기대와 설렘에 비례하여 목록 선정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선천적 선택 장애를 안고 태어난 사람처럼 갈팡질팡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종국에는 선물 보따리보다 책보따리가 더 커지게 마련이다.

 

"문학의 (전부는 아니고) 대부분은 즐거움을 위해 가볍게 읽도록 되어 있다. 느긋하게 앉아서 어떤 의미에서 "재미로" 읽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문학을 본래 용도대로 쓰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우리의 모든 비평도 순전히 허사가 되고 만다. 어떤 물건이든 본래 용도대로 쓰지 않고는 평가할 수 없는 법이다."  (p.133)

 

탁월한 기독교 사상가이자 작가인 C.S. 루이스는 그의 저작 <나니아 연대기>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저명한 영문학자로서 엄청난 독서가로도 유명하다. 게다가 그는 읽은 책을 대부분 기억할 수 있을 정도의 빼어난 기억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아일랜드 벨파스트 출신의 작가는 독서가 몸에 배어 있었고 또한 깊이 몰입해서 읽었다고 한다.

 

"루이스에게 독서란 고결한 소명이자 끝없는 만족의 출처였다. 손에 책만 들었다 하면 그가 취미로 책을 읽는지, 책읽기가 직업인지 구별이 불가능했고, 글을 쓸 때도 대체로 마찬가지였다."  (p.11 '엮은이의 글' 중에서)

 

책을 읽다 보면 독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지한 조언들로 인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때로는 나의 잘못된 독서 행태에 대한 작가의 따끔한 일침에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예컨대 친구인 아서 그리브즈에게 보낸 편지에서 작가는 '단언하는데, 모든 좋은 책은 적어도 10년에 한 번씩 다시 읽어야 하네.'라고 썼는데 나는 아무리 좋은 책도 좀처럼 다시 읽는 법이 없으니 가슴이 뜨끔할 수밖에. 게다가 나는 좋은 책을 구별할 줄 아는 좋은 안목의 소유자도 아닌 까닭에 작가의 글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박힌다.

 

"그러나 단어를 죽이는 가장 큰 원인은 대다수 사람이 그 단어로 단순히 대상을 묘사하기보다 찬반을 표현하려는 욕심이 단연 앞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어는 점점 묘사에서 멀어져 평가에 가까워진다. 한동안은 그 평가에 왜 좋거나 나쁜지가 아직 살짝 암시되어 있지만, 결국은 순전히 평가만 남는다. "좋다"나 "나쁘다"의 무익한 동의어가 되는 것이다."  (p.87)

 

대선이 가까울수록 우리의 말과 글도 거칠어지고 결국에는 이와 같은 무익한 동의어가 되고 만다는 것은 너무나 뻔한 예측이다. 그렇게 됨으로써 오늘처럼 맑고 깨끗한 하늘을, 구름 사이로 퍼져나오는 쨍한 가을 햇살을 우리의 관심 뒷전으로 돌린 채 서로가 서로에게 악담과 저주의 말만 늘어놓게 되는 것이다. 삶은 그저 아와 피아의 끝없는 대결 과정에 지나지 않는 것인 양 여겨지는 것이다.

 

"좋은 신발은 신고 있어도 느껴지지 않는 신발이다. 마찬가지로 좋은 독서는 시력이나 조명이나 인쇄 상태나 맞춤법 따위를 의식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을 때 가능해진다."  (p.173)

 

주말을 낀, 조금은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2천 명을 넘나드는 시국에 가족 모임 역시 취소되거나 제한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마음에 드는 한 권의 책만으로도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갈 데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는데 쓸데없이 연휴만 길게 주어지면 그것 또한 난감한 상황이었을 텐데 말이다. 다양한 형태의 구름이 느릿느릿 흘러가는 주말의 오후, 사람들은 서둘러 짐을 싸고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 아이들의 등을 떠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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