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억하는 스티브 잡스의 명언은 꽤나 많지만 그중 나는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했던 그의 연설문 중 일부분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어쩌면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사람들에게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자세를 말하고자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의 연설문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No one wants to die. Even people who want to go to heaven don't want to die to get there. And yet death is the destination we all share. No one has ever escaped it. And that is as it should be, because Death is very likely the single best invention of Life. It is Life's change agent. It clears out the old to make way for the new. Right now the new is you, but someday not too long from now, you will gradually become the old and be cleared away. Sorry to be so dramatic, but it is quite true. Your time is limited, so don't waste it living someone else's life."
아무도 죽길 원하지 않습니다. 천국에 가고 싶다는 사람들조차도 그곳에 가기 위해 죽고 싶어 하지는 않죠. 그리고 여전히 죽음은 우리 모두의 숙명입니다. 아무도 피할 수 없죠. 그리고 그래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 '죽음'이니까요. 죽음은 '인생들'을 변화시킵니다. 죽음은 새로운 것이 헌 것을 대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지금의 여러분들은 그중에 '새로움'이란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머지않은 때에 여러분들도 새로운 세대들에게 그 자리를 물려줘야 할 것입니다. 너무 극적으로 들렸다면 죄송하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여러분의 삶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살면서 여러분의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인용문에서 그는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 죽음'이라고 했습니다. '죽음'이 없다면 '희망'도 존재할 수 없으며, 하루하루의 삶은 그야말로 '벗어날 수 없는 지루함의 고통'이 되겠지요. 잠깐의 휴식은 새로운 삶을 위한 에너지원인 동시에 더할 수 없는 기쁨이 되겠지만 무한 회귀의 휴식은 인간에게 고통 그 이상의 의미일 테니까 말입니다. 무한반복의 시지프스 형벌이 그랬던 것처럼 영원회귀의 휴식 역시 고통일 듯합니다. 코로나 정국이 길게 이어지면서 본의 아니게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들 역시 한 집안의 가장이자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당사자일 테지요. 할 일이 없어서 마냥 손을 놓고 놀아야 되는 현실이 어찌 편하기만 하겠습니까. 모르긴 몰라도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나날이겠지요.

 

엊그제 시작된 듯한 새해가 벌써 20여 일이 지났습니다. 새해가 되면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이들에게 덕담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올해는 취직해야지." 하는 말. 물론 이마저도 요즘엔 꼰대 소리 듣기 딱 좋은 말인지라 입안으로 삼키기 일쑤이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직장을 잃었거나 잠시 쉬고 계신 분이 있다면 2021년에는 다들 바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수백 번 '꼰대' 소리를 듣는다 할지라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Stay Hungry. Stay Foolish."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고 정말 배고픈 채로 머무르지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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