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자신의 편협함을 정치적 신념으로 포장하기도 하고, 특정 대상에 대한 원망이나 한풀이를 종교적 믿음으로 합리화하기도 한다. 인간은 그처럼 야비하고 저속하며, 비열한 겁쟁이에 불과하다. 물론 나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다소간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 역시 평범한 인간의 속성을 지닌 범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 나무라는' 식의 행동을 할 때가 더러 있고, 늦은 밤 스스로의 행동을 돌이켜 생각하면서 자책과 회한에 젖기도 한다. 인간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 내가 남보다 특별히 잘난 것도 없고 다른 사람 역시 나보다 특별히 못난 것도 없다는 깨달음은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인간에 대한 연민을 자아내게 한다. '그래, 산다는 건 누구나 힘든 일이지.' 하는...

 

그럼에도 사랑제일교회의 전 모 목사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같은 인간으로서 느끼게 되는 연민의 감정보다는 원망과 분노의 감정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종교적 믿음이나 정치적 신념을 차치하고서라도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다른 구성원에 대한 배려와 염려의 마음을 그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는 이 시국에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위험에 빠트려가면서까지 자신의 종교적 믿음을 주장해야 옳은가 말이다. 그것은 편협함의 극치요, 이기주의의 전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정말 지옥이 존재한다면 그가 가장 먼저 그곳에 가지 않을까 싶다.

 

지난주에 잡혔던 점심 약속을 취소했다. 어디 몸이 안 좋은 것 아니냐는 상대방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그런 거 아니라고 다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려스러워 취소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담담히 답을 했다. 정말 걱정이라며 상대방도 나의 의견에 동조했다. 코로나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광화문 집회를 허락한 판사를 탄핵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열을 올리는 상대방을 달래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하나같이 부족한 사람들이지만 적어도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웃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갖고 있기게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닐까. 자신이 믿는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배치된다고 해서 타인을 멸시하고 원망과 저주를 일삼는다면 그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와 진배없다. 우리는 지금 악마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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