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행 도중에 어제오늘 이틀 연속 비를 만났다. 일기예보를 철석같이 믿었던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일기예보에서는 분명 출근 시간이나 되어서야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늘 다섯 시 반이면 집에서 나가니 어제는 비가 아마도 여섯 시, 오늘은 6시 20분쯤부터 내리기 시작했던 모양인데 큰비가 아니었던 어제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았지만 오늘은 그나마 집을 나설 때부터 우산을 가져갔던 까닭에 비는 맞지 않았다. 가뜩이나 더운 계절이라 손에 뭐라도 하나 들리면 땀도 나고 발걸음도 무거워지는 까닭에 어제는 사실 몇 번을 고민하다 결국 우산도 없이 빈손으로 산행에 나섰던 것인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그런 날 비가 올 게 뭐람. 산에서는 그나마 나뭇잎이 비를 막아주는 까닭에 걸을 만했지만 등산로를 벗어나면 고스란히 비에 젖고 마는 처지이니 사력을 다해 뛸 수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요즘과 같은 장마철에는 나처럼 순진하고 게으른 사람은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엊그제 있었던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피해자 2차 기자회견'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와 같은 기자회견이 과연 피해자 본인이 원해서 추진된 것인지, 아니면 피해자 본인이 피해자 측 변호사인 김 모 변호사와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의 정치적 수단, 정치적 앵벌이의 역할로 추진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1차 기자회견이 있었던 지난 13일만 하더라도 고 박원순 시장의 유족과 장례위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을 강행했던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주로 하는 '증오의 확산', '증오의 부풀림'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고인의 발인날 굳이 기자회견을 강행할 이유가 달리 없지 않은가. 새롭게 추가된 증거 제시를 위해서, 새로운 피해자의 출현으로 1차에 이어 2차 기자회견을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새로운 증거도, 새로운 피해자도 없이 2차 기자회견을 열었던 데는 그들만의 정치적 목적이 숨어 있지 않고서는 달리 해석할 명분이 없는 듯했다. 나는 오직 사람에 대한 증오를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증오를 잊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어떤 행사를 개최하는 사람을 결코 믿지 않는다. 그에게는 진실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어제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의사들의 눈치만 보느라 조금 늦게 추진된 듯한 느낌을 받는 게 사실이지만 의사들의 강압적인 분위기와 로비에 발목이 잡혀 추진조차 하지 못했던 지난 정부에 비하면 대단한 결단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4명으로 OECD 평균 3.5명에 한참이나 뒤진다. 그럼에도 의사들의 밥그릇을 챙겨주느라 국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왔던 것인데 의사들도 양심이 있다면 이제는 정원 확대에 동의를 하는 게 옳다고 본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자는 건만 하더라도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는 있지만 의사들의 완강한 거부로 인해 실현되지 못하는 게 사실 아닌가. 아무리 밥그릇 싸움도 좋지만 이제는 조금쯤 양보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이제 고마해라. 마이 무겄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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