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의 민도를 명확하게 수치로 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사건의 전개 과정을 통해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만천하에 드러나곤 한다. 예컨대 박근혜 정부 시절 광화문 광장에서 있었던 촛불시위나 지금 현재도 진행 중인 코로나19의 방역 과정에서 보여준 우리나라 국민들의 성숙한 민도는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였고, 모범이 되었음은 물론 타국민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단지 일부 엘리트 계층의 시민의식만으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이상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므로 한 국가의 민도는 교육, 문화, 준법정신, 타인에 대한 배려, 인권 등 사회 전반에 대한 전체 국민의 평균적인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에서 있었던 백인 경찰의 끔찍한 살인 장면을 보면서 미국이라는 사회가 얼마나 무식하고, 무자비하며, 동물에 가까운 민도를 지닌 저급한 사회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항도 할 수 없는 용의자의 목을 누르고 숨을 쉴 수 없다고 말하는 용의자의 애타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그가 죽을 때까지 그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는 것과 이를 지켜보던 동료 경찰관들 역시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이 단지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관으로서의 임무에 충실했을 뿐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경찰이라는 특권을 이용하여 흑인 범죄 용의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살인 행각을 벌였던 것이다. 마치 자신들의 재미를 위해 동물을 사살하는 '트로피 헌터'처럼 말이다. 그렇게 보면 흑인 범죄 용의자들은 인간이 아닌 흔한 사냥감에 불과했고 백인 경찰들은 그들을 쫓아 사살하는 '트로피 헌터'였던 셈이다.

 

우리나라 국민이라고 해서 인종차별이 아주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난민들에 대한 지나친 적대의식이라든가 흑인이나 동남아 사람들에 대한 약간의 차별 등 일부 국민들의 무식한 행위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있었던 백인 경찰관들과 같은 행위가 만약 한국에서 벌어졌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자신이 어떤 인종에 속하는가를 떠나 전 국민이 촛불을 들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것은 체제를 떠나 인권의 문제이며, 동시대인으로서 지녀야 할 예의와 같은 것이다. 대한민국은 적어도 예의를 지킬 줄 아는 국민들과 그에 걸맞은 국가 지도자가 나라를 운영하고 있다. 그 사실이 새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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