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평화로운 일상을 반납한 지 꽤나 오래된 느낌이다. 누가 강요한 건 아니지만 온 국민이 자가격리 상태에 준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다 보니 집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부쩍 늘었고 단조로운 일상을 견디지 못하는 여러 지인들의 전화를 수시로 받게 된다. 다들 상대방의 건강이나 안부를 묻는 게 고작이지만 그보다는 집 안에서 갇혀 지내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예전처럼 어떤 규제도 없이 마음껏 바깥 활동을 하게 될 날을 상상해보려는 목적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눈에 잘 띄지도 않고 과학적인 근거를 댈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와 같은 격리 생활로 인해 한결 좋아진 것도 있는 듯하다. 일단 도로의 교통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교통 체증이 감소되었다는 점이다. 평일 낮에 운전을 하다 보면 상습적으로 정체가 반복되던 지점에서도 신호를 받고 한 번에 쉽게 통과하는 걸 볼라치면 왠지 낯설고 신기한 느낌이 들곤 한다. 이런 변화도 좋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 따로 있다. 교통량이 감소한 탓인지 이맘때면 늘 말썽을 부리던 미세먼지의 습격이 전혀(는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나가기 전에 습관적으로 보게 되는 미세먼지 예보에서 나쁨을 찾아볼 수가 없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아침 기온이 제법 쌀쌀하지만 기분 좋게 산행을 마칠 수 있으니 하루가 행복할 수밖에. 또 하나 좋은 점은 줄어든 행사만큼 씀씀이가 줄어든 것도 좋고, 상대적으로 늘어난 개인 시간에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좋다. 그렇다고 코로나19로 인한 달라진 풍경을 언제까지고 즐길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물론 평일 낮에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사무실 근처의 식당을 방문해 보면 줄어든 손님 탓에 힘겨워하는 식당 주인 분들의 표정이 안쓰럽기도 하다.

 

그러나 온 국민이 이와 같은 상황을 말없이 인내하고 있는 이 시점에도 이런 상황을 (즐기는 건 아니겠지만)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려는 사악한 무리들이 있게 마련이다. 중앙일보의 임 모 기자는 우리나라와 일본 이탈리아가 중국에 마스크를 퍼주는 바람에 마스크가 부족해졌고, 그와 함께 최악의 코로나19를 경험하고 있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쓰레기 기사를 썼는가 하면 머니투데이의 오 모 인턴기자는 최근 중국의 웨이하이시에서 인천시에 보내온 마스크가 마치 부적합 판정을 받은 마스크인 양 기사를 씀으로써 가짜 뉴스를 통해 중국의 이미지를 훼손하려 했다. 일개 인턴 기자가 타국의 선의를 이따위 방식으로 훼손하고 외교적 결례를 범했는데도 법적으로 용서가 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지만 말이다.

 

최악의 재난 상태에서도 나라의 안위나 국민의 안전은 뒷전인 채 오직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무뢰배들이 존재한다는 건 정말 짜증 나는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인 것을... 봄기운이 완연한 날씨. 흐리고 구름도 많지만 비만 오지 않는다면 점심을 먹고 산책이라도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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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둘리 2020-03-07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대로 갈등과 분열, 분노와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기사가 너무 많네요. 차분하고 진지하게 분석하고 통찰하는 기사를 찾기 힘든 점이 정말 아쉽습니다.

꼼쥐 2020-03-11 21:51   좋아요 1 | URL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하는 게 기자의 책무인데 우리나라의 기자들은 오직 자신의 유불리만으로 기사를 선별하는 못된 습성이 있지요. 그러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이상한 기사들만 난무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