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라는 게 본디 뚜렷한 선을 그어 이쪽과 저쪽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입춘도 지난 오늘, 겨우내 따뜻했던 날씨는 오늘부로 급전직하 계절을 거꾸로 되돌린 것만 같다. 기온도 기온이지만 바람의 기세가 매섭다. 그 바람에 공기는 더없이 맑아졌지만 말이다. 하나가 좋아지면 하나가 나빠지게 마련, 인생사 새옹지마(人生事 塞翁之馬)라는 말이 다시 곱씹어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가 큰 탓인지 웬만한 모임은 줄줄이 취소가 되고 있다. 업무 목적의 만남도 악수를 생략한 채 짧게 끝내는 걸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평상시에도 이렇게 용건만 말하고 쿨하게 헤어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아, 하는 바람이었다. 특별한 용건도 없으면서 질척질척 시간만 허비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사실 전염력이 조금 높다 뿐이지 지금 진행되는 경과를 보면 웬만한 독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혹여 마스크라도 쓰지 않고 나서면 내가 마치 큰 범죄라도 저지른 양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살 만큼 산 듯 보이는 노인이 완전무장을 한 채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은 그닥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살면 얼마나 더 살겠다고 기를 쓰는 것인지... 인명은 재천이라는데 말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덕분에 선거철이면 으레 상대방을 헐뜯고 깎아내리는 전략, 소위 흠집 내기 식 네거티브 전략이 난무하지 않아서 좋다. 지금쯤이면 없으면 말고 식의 아무 말 대잔치가 난무하고 네가 잘했네 내가 잘했네 승산도 없는 말싸움이 치열했을 터인데 어떻게든 싸움을 걸어보려고 해도 백약이 무효인 상황인 듯 보인다. 심지어 중앙일보는 50대 후반의 실직자 진중권 씨의 딱한 사정을 감안하여 용돈이라도 챙겨줄 심산으로 뉴스도 되지 않는 그의 말을 연일 신문에 실어주고는 있지만 국민들에게 전달되지는 않는 듯하다. 오늘 만났던 한 사람은 진중권이 뭐 하는 사람이냐고 되묻기조차 하는 걸 보면. 그러니 네거티브 전략이든 뭐든 당장 선거운동에 나서야 하는 야당으로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마냥 달갑지는 않을 터, 어떻게든 이 국면을 벗어나 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모습이다.

 

급변한 날씨 탓인지 거리에는 몸을 옹송그린 채 종종걸음을 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망자가 속출했던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모든 게 국민 탓이라고 했던 조선일보는 사망자 한 명 없는 현 시국에서는 모든 게 정부 탓이란다. 어쩜 이렇게 뻔뻔스러울 수 있는지... 추위 탓인지, 우리나라 보수 언론의 민낯이 부끄러워서인지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잰걸음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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