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만 틀면 온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소식이다. 국내의 잡다한 소식들을 순식간에 빨아들이는, 말하자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뉴스의 블랙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인데 일견 잘됐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들어도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때에 따라서는 기분마저 더러운) 잡다한 소식들이 한꺼번에 묻혀버리기 때문이다. 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낄 때 안 낄 때 구분도 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진모 씨의 객소리도 뉴스가 되는 세상이니 그런 소식들이 뉴스에서 사라진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게다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던 검찰발 기소 소식도 아득히 먼 이야기인 양 아득한 과거로 만들어버렸으니 이 모든 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력(?)임을 감안할 때 고맙고 반갑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하나 우려되는 점은 중국인에 대한 과도한 혐오 감정과 저만 살고자 하는 지나친 이기주의가 아닐까 싶다. 평화를 사랑하고 인류애를 지닌 한민족의 전통은, 유구한 역사 동안 면면히 이어오던 '()의 문화'는 작금에 이르러 한꺼번에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우한에 체류하던 교민의 귀국을 저지하기 위해 트랙터를 동원하여 진입로를 막았다는 소식도, 중국인의 입국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도대체 이 사람들이 제정신인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다. 자신의 일가친척이라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은 것이다. 길을 가던 길 잃은 강아지도 어디가 아파 보이면 병원에 데리고 갈 판에 같은 인간으로서 그들의 아픔쯤은 거들떠도 보지 않겠다는 심보는 도대체 뭔가.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신종 바이러스는 계속하여 생겨날 터, 그때마다 우리는 발병지의 주민들을 통제하고 나 혼자만 잘살겠노라고 선언할 텐가. 세계 어느 나라도 하루면 닿을 수 있는 글로벌한 세상에서 그와 같은 발상을 한다는 건 철이 없어도 너무나 철이 없는 유아기적 행동이 아닌가. 그리고 그런 철부지 행동을 아무런 비판도 없이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언론은 또 뭔가. 그러니 기레기 소리를 들을 수밖에. 기가 찰 노릇이다. 비싼 말을 사준 대가로 삼성 이재용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고 쉬쉬하며 숨기기에 급급했던 박근혜 정권의 메르스 사태 때도 우리 국민의 인간성이 이보다 더 심하게 망가지지는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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