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1월에 맞는 이른 명절이어서인지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하다. 명절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반쯤은 시류에 떠밀려서 치르게 되는 명절인 셈이다.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집에서 그냥 밀린 잠이나 잤으면 좋겠다는 사람들부터 못 본 영화나 실컷 다운로드하여 밤 새 영화나 보았으면 좋겠다거나, 차를 몰고 몇 날 며칠 바닷가 일주를 했으면 좋겠다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명절에 바라는 작은 소망은 제각각이지만 그들도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을 찾아뵙고, 의례적인 덕담을 주고받고, 더러 꼰대 소리를 들을 법한 위험한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기도 하고, 누구는 부동산으로 큰돈을 벌었다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을 듣게도 되고, 이따금 정치 이야기로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느끼한 제사 음식에 신물이 날 즈음이면 명절 연휴는 크게 한 일도 없이 끝을 맺게 된다.

 

법무부의 정기 인사가 있었던 오늘, 내가 아는 모 검사도 자리를 옮겼다. 대한민국의 성인이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선출직 공무원은 임기 내에 자신이 이룬 성과에 의해 지지와 후원, 당선과 낙선이 가려지지만 임명직 공무원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인사고과에 의해 승진이나 유임을 할 수도 있고, 명퇴를 종용받기도 한다. 사실 최근에 있었던 일련의 사태를 보자면 임명직 공무원인 검사들 대부분이 좌천이나 감봉을 당해야 마땅하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패트 사건만 보더라도 조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시간만 끌다가 자기들 멋대로 기소를 하고서는 결과랍시고 발표를 하는 꼬락서니는 그야말로 가관도 아니었다. 검찰총장으로 원숭이를 앉혀놓아도 그보다는 더 잘하지 않았을까 싶다. 채이배 의원 감금 사건에 적극 가담했던 여상규 의원을 불기소한 것은 물론 의안 접수 과정에서 골절상을 입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김승희·최연혜 의원 등 어떤 원칙도 없이 소위 꼴리는(?) 대로 법의 잣대를 들이댄 게 아닌가. 항간에서는 도둑질을 한 범인에게 도둑질 과정에서 조금 다쳤다는 이유로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꼴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적절한 예일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뿐 아니다. 각종 의혹으로 10번이나 고발을 당한 나경원 의원에 대해서는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끌고 있다. 게다가 생기부 불법유출을 한 주광덕 의원과 있지도 않은 사실을 시도 때도 없이 발표하는 곽상도 의원의 범죄에 대해서도 조사조차 하지 못한 이와 같은 업무 성과를 내고서도 승진을 바라는 자가 있다면 그야말로 도둑놈 심보가 아닌가.

 

명절을 앞두고 서울에서 지방으로 발령을 받은 검찰 인사들은 지방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신의 행위를 곰곰 되새겨볼 일이다. 양심에 비추어 잘못한 일은 없는지 말이다. 잘못된 인사라느니, 인사 파동이라느니 하면서 남 탓만 할 게 아니라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을 되돌아볼 시점이다. 인사 파동이 아니라 국민들의 기대에는 훨씬 못 미치는 미약하기 짝이 없는 인사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