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걷다 보면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눈에 띄는 점포를 만날 때가 더러 있다. 이를테면 차도 주차할 수 없는 대로변의 낡고 오래된 모텔 건물이라거나 인적도 없는 외진 뒷골목의 칼국수 집과 같은 점포들 말이다. 그럴라치면 '저 집은 과연 장사가 될까?' 하는 괜한 걱정이 들기도 하는데 거꾸로 생각해 보면 뭔가 남들이 갖지 못한 특별한 장사 노하우를 갖고 있어서 악조건 속에서도 이제껏 살아남았을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역발상이라고나 할까.

 

사람들의 생각이란 게 대부분 아주 오래전부터 학습되었거나 반복된 행동에 의해 주입된 것이기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생각이나 발상은 아주 예외적인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때마다 불현듯 겸손해지곤 한다. 오만했던 마음이 싹 사라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나는 왠지 고철덩어리가 된 듯한 씁쓸한 감흥에 젖는다. 돌이켜보면 자신만의 독창적인 발상이나 생각을 갖게 될 때는 자연 속에서 걷거나 바위 위에 앉아 있거나 하는 등 자연과 함께 있을 때였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니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잘난 듯, 떠오르는 생각이 모두 제 것인 양 생각하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화창한 휴일 오후, 약간의 한기가 느껴지는 소소리바람만 없었더라면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더없이 좋았던 날씨. 가을 햇살을 받으며 산책을 하듯 슬렁슬렁 걸었다. 거리에 떨어진 낙엽이 바람결에 따라 우르르 몰려갔다가 또다시 몰려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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