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잘 드러나는 건 아니지만 정신질환만큼 전염성이 강한 질병도 없지 않을까 싶다. 물론 복제된 듯 같은 질병이 그대로 옮겨지는 여타의 전염병과는 다르게 정신질환의 전염 양상은 사람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고는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 사람의 정신질환자로 인해 환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겪게 되는 전염의 반경은 결코 만만히 볼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치매 질환을 앓고 있는 한 사람을 가족으로 둔 경우 여타의 가족 구성원은 경중의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게 마련이고, 심하게는 가족 중 누군가가 자폐증이나 조현병, 혹은 현대인의 대표적 정신질환이라고 하는 공황장애, 조울증, 강박증 등을 앓고 있다면 그 절망감으로 인해 가족 역시 쉽게 전염되곤 한다. 뿐만 아니다. 가족 구성원과 접촉하는 다양한 사람들 역시 우울한 분위기로 인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회적 편견과 좋지 않은 시선으로 인해 새로운 정신질환에 노출될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따지다 보면 정신질환자가 아닌 현대인을 찾는 게 오히려 빠를 수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최근 출간되는 책도 정신병에 관련된 책들이 많다. 오늘 알고 지내던 스님을 만나 이와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깐 얼굴만 뵙고 오려던 게 이야기가 길어지는 바람에 그만 두 시간이 훌쩍 지나고 말았다. 스님은 현대인의 정신질환의 원인이 자연에서 멀어진 탓이라고 진단했다. 주말에 잠깐 나들이 삼아 찾는 자연만으로는 정신질환에 대한 면역력을 기르기에 역부족이라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결국 우리는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 속에 묻히게 되지만 살아가는 동안 자연과 멀어진다면 그 삶은 온전한 것이 될 수 없다는 게 스님의 주장이었다. 그러므로 자연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현대인의 정신질환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암울한 진단도...
그야말로 만산홍엽(滿山紅葉), 가을이 물들고 있다. 자연 속에서 깊어가는 가을의 풍광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모든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고 자연에 한껏 취해보는 것도 이 계절이 지나면 어려울 듯하니 말이다. 자연 속에서 명상에 들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지나고 나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