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혹은 학벌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누군가를 향해 무식하다는 말을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만약 있다면 본인은 정말 바보이거나 본인이야말로 무식하기 짝이 없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식이 많다는 것은 아주 작은 특정 분야에 국한되기 때문입니다. 그 외의 다른 분야에 있어서는 본인 역시 무식하다는 평을 면키 어려운 까닭에 우리는 누군가를 향해 감히 무식하다는 말을 함부로 내뱉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인격이 모자르거나, 사회의 원리를 이해하기에는 지극히 나이가 어리거나, 누군가에게 지독한 증오의 감정을 갖고 있어 악의적으로 누군가를 폄훼하고자 할 때 '무식하다'는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사회적 비난을 감수한 채 말이지요.

 

서울대의 서 모 교수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여 조 모 씨에 대해 '본인이 무식해서 그런 분야를 잘 알지 못해서 그런 거니 안타깝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나는 인터넷에 올라온 그분의 얼굴을 사진으로만 보았을 뿐이지만 사리분별을 못할 정도로 사회 경험이 일천해 보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일자 무식의 촌부처럼 보이지도 않았는데 그는 왜 그런 말을 쏟아냈는지 저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만 '무식하다'는 평은 상대방을 향해 날아가는 말이 아니라 그 칼날이 부메랑처럼 자신을 향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말하자면 자신이 전공한 분야에 잇어서는 약간의 지식이 있을지 몰라도 다른 모든 분야에서는 무식하기 짝이 없었던 셈이지요.

 

우리는 종종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채 악의에 찬 말을 쏟아내곤 합니다. 그만큼 미숙하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나 그 칼날은 반드시 자신을 향하게 마련이고 상처를 입는 대상도 자신일 수밖에 없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무식하다'는 말은 타인을 평가하는 데는 적절치 않은 말인지도 모릅니다. 형식은 비록 타인을 평가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자신을 평가하고 있으니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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