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후유증은 대개 오랜 시간의 운전과 집안일 등으로 인한 온몸 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뻑적지근함과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청소년기의 친척 아이들을 보면서 깨닫게 되는 나이 듦의 우울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몸도 마음도 구겨진 종이처럼 후줄근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일요일 오후. 기름기 있는 명절 음식을 시도 때도 없이 주워 먹은 바람에 뱃살은 1센티미터쯤 불어난 듯하고 더부룩한 속은 무작정 음식을 거부하고 있다. 먹고 눕고, 먹고 또 눕고를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몸속 에너지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금세 사라지고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화창하게 갠 초가을 하늘에서 따가운 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선선한 가을바람에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햇살의 열기. 아들은 오늘도 학원으로 향했다. 낮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학원 수업을 받고 오면 내일부터는 또 쉼 없는 학교 수업이 이어질 테고 10월 초에 있는 중간고사를 걱정할지도 모르겠다. 애나 어른이나 삶은 결코 녹록지 않다.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자'가 요즘 젊은이들의 삶의 모토라는데 오늘 하루쯤은 나 역시 해야 할 집안일을 내일로 미룬 채 마냥 뒹굴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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