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더니 이제는 한낮에도 더운 걸 잘 모르겠다. 계절은 어느새 훌쩍 가을로 넘어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며칠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한낮 기온마저 제법 낮아졌다. 그렇다고 '가을비 한 번에 내복 한 벌'이라는 속담을 들먹일 계제는 아니지만 말이다. 최근에는 온통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뉴스로 도배를 하는 바람에 다른 중요한 뉴스들이 속절없이 묻히는 느낌이다.

 

어제는 109번째 맞는 경술국치일이었다. 그럼에도 들려온 소식은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한 보은군수의 망언이었다. '위안부 그거 한국에만 한 거 아니다. 중국도 하고, 필리핀도 하고, 동남아에서 다했지만, 다른 나라에 배상한 게 없다. 한국에만 5억 불 줬다. 한·일 국교 정상화 때 다 끝났다.'고 한 말을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의도로, 어떤 역사적 판단으로 한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식해도 그렇게 무식할 수가... 역사 서적 한두 권만 읽어도 그런 말은 할 수 없을 텐데 말이다.

 

천년 간 전해온 톨텍 인디언의 위대한 가르침을 기록한 책 <네 가지 약속>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흔히들 죽음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가장 큰 두려움은 위험을 무릅쓰고 살아 있어야 하는 것으로, 살아서 자신의 참모습을 표현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또 이런 구절도 있다. "말은 인간이 지닌 마술이요, 말을 악용하는 것은 사악한 마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말이 마술인지 꿈에도 모른 채 줄곧 사악한 마술을 부리며 산다."

 

인터넷을 통해 정제되지 않은 말을 무시로 내뱉는 젊은 세대에게 있어 말의 무게는 몸으로 체감되지 않는 어떤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까닭에 그들의 말은 악취를 풍긴다. 소위 '일베'와 '워마드'로 대변되는 쓰레기 집단은 이제 대학생이라는 가명으로, '촛불집회'라는 허명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말을 악용하는 것은 사악한 마술'이라는 가르침을 그들이 과연 이해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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