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책과 함께 보는 소프트웨어 개념 사전 - 컴퓨팅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을 위한 나만의 비밀 노트! 궁리 IT’s story 시리즈
김현정 지음 / 궁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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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초등학생이었던 수년 전에 아내는 아들에게 학원을 강요하는 대신 과목별 '개념 사전'을 열심히 사서 읽혔다. <초등 수학 개념 사전>을 다 읽었다 싶으면 <초등 과학 개념 사전>을 읽히는 식으로 말이다. 예컨대 분수는 '전체에 대한 일부분을 나타내는 수'라고 말할 수 있는 간단한 개념이지만 초등학생의 눈높이에선 그렇게 간단한 개념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므로 책은 그림을 곁들인 여러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공부라는 게 사실 꼭 알아야 하는 과목별 용어가 수도 없이 많은데 이를 간과하고 넘어가면 나중에는 그 과목의 수업이 마치 외국어처럼 들리게 마련인데 그쯤 되면 50분 수업을 듣는다는 건 고문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학년이 높아질수록 과목에서 배우는 필수 용어들이 차츰 증가하게 마련인데 용어의 개념을 등한시한다는 건 공부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진배없다.

 

다소 딱딱할 수도 있는 용어의 개념들을 아내는 짬이 날 때마다 아들에게 퀴즈를 내듯 물어봄으로써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때로는 내기를 해서 선심 쓰듯 외식을 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아내의 그런 노력 덕분인지 아들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금까지 별 어려움 없이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그렇다고 개념 사전을 읽히려 했던 아내의 교육 방식을 내가 전적으로 찬성했던 건 아니다. 자식 교육은 아내가 도맡다시피 하는 다른 집들과 마찬가지로 이따금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어도 그저 내색을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말하자면 자식의 교육에 있어서는 나 역시 한 발 물러나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랬던 내가 늦은 나이에 개념 사전을 읽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책의 제목인 즉 <코딩책과 함께 보는 소프트웨어 개념 사전>.

 

"언론을 통해 귀가 따갑게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듣고 있지만, 컴퓨터 분야를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 정보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이끌 '핫'한 주인공인 소프트웨어를 쉽게 설명해주는 책을 찾기 어려웠지요. 그래서 저는 이 책『코딩책과 함께 보는 소프트웨어 개념 사전』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우리 생활 곳곳에 마치 공기처럼 존재하며 동작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종류, 개념과 원리,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p.11)

 

코딩을 공부하여 인생 2막을 준비하려는 건 물론 아니다. 그럴 만한 능력도 되지 못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많고도 많은 듯했다. 학생들이 한 학년 한 학년 단계를 밟아 올라갈 때마다 익혀야 할 용어의 개념이 늘어나는 것처럼 소프트웨어가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던 과거의 어느 시점부터 한 해 한 해 우리가 배우고 익혔어야 할 관련 용어와 개념들이 비례하여 증가하였음에도 나는 그저 방치한 채 지금껏 버텨왔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중학교 3학년 무렵 잠시 컴퓨터 코딩을 배웠던 아들과의 대화도 조금씩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책이나 잡지, 심지어 저녁 뉴스를 들을 때도 소프트웨어 관련 용어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듣지 못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컴퓨터를 '서버'라고 부르지만, 어떤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웹서버, 콘텐츠서버, DB서버 등 이름도 제각각이랍니다. 웹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버는 당연히 '웹서버'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웹서버(web server)는 웹브라우저(클라이언트)에서 요청한 내용을 처리해주는 소프트웨어인데요, 레스토랑에서 테이블 담당 서버가 손님의 요청을 처리하는 것처럼 웹서버는 인터넷을 통해 도착한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처리합니다" (p.159)

 

인용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저자의 설명은 무척이나 친절하다. 그러므로 이 책은 나처럼 워드 작성만 겨우 할 뿐 다양한 분야의 컴퓨터 사용법은 시도조차 하지 않거나 때로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외면해버리는 '컴퓨터 비 친화적인 종족'을 위한 안내서인 셈이다. 어찌 보면 다양한 소프트웨어의 개발로 인해 누군가는 다양한 편의와 유용한 삶의 도구를 확보하게 되지만 다른 위치에 있는 누군가는 사회로부터 자발적 또는 비자발적 아웃사이더로 전락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가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서 소위 '인싸'로 남느냐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아싸'가 전락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개인의 학습 여하에 달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면 우리가 등한시했던 소프트웨어 용어의 개념부터 차근차근 배워가는 게 순서일 듯싶다.

 

카이스트에서 소프트웨어공학을 전공한 후 지난 20년 동안 IT컨설팅회사에 근무하며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직접 경험하고, 현장에서 얻은 지식과 노하우를 독자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집필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는 저자는 이 책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1장 코딩 언어로 작성된 응용 소프트웨어, 2장 컴퓨터를 통솔하는 소프트웨어, 3장 전 세계 웹을 연결하는 소프트웨어, 4장 빅데이터를 위한 소프트웨어, 5장 보안과 보호를 위한 소프트웨어, 6장 코딩을 위한 소프트웨어의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4차 산업혁명 시기의 '사회 부적응자'를 위한 지침서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어떤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게 언어를 익히는 일인 것처럼 달라진 세상의 통용어에 대한 개념을 익히는 것이야말로 사회 구성원으로 남기 위한 최소한의 의무가 아닐까. 마치 나는 미뤄두었던 숙제를 끝내는 심정으로 책을 꼼꼼히 읽었다. 저녁 뉴스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소프트웨어 용어의 뜻도 제대로 모르면서 이 시대를 살아왔다는 게 조금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아들에게 개념 사전을 읽힐 게 아니라 개념 사전이 필요했던 사람은 정작 내가 아니었던가. 우리는 언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의 경험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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