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여전히 끄물끄물합니다. 높아진 습도 탓인지 한여름 무더위가 몸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태풍 다나스가 한반도를 관통하지 않고 해상에서 소멸했다는 것일 테지요. 이런 우중충한 날씨에도 모 정당의 정신 나간 사람들은 광화문 광장에 텐트를 설치했나 봅니다. 시민들의 원성과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그들이라고 못 들을 리 만무할 텐데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런 짓거리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연예인 같으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도 아닌데 말이죠.

 

낮에 지인 몇 명과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대화는 역시 아베의 경제 전쟁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주였습니다. 그중에는 4월에 예약했던 일본 여행을 최근에 취소했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일본 제품은 가급적 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만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 여건 하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역시 타격을 받지 않을까 다들 우려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해방 후 우리 스스로 청산하지 못했던 친일 잔재를 아베로 인해 조금씩 청산하고 있다는 것과 그동안 잊고 지냈던 '애국심'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하면서 새로이 느끼게 되었다는 사실을 거기 모였던 사람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게다가 친일파의 후손들 역시 자신들이 취해야 할 스탠스가 애매해졌다는 사실입니다. 일본과 아베를 옹호하자니 자신이 대한민국에서 내쳐질 것 같고, 일본에 대해 욕을 하자니 자신의 선조를 욕하는 것 같아 그렇게 하기도 어렵고...

 

주변에서는 어차피 한 번은 터질 일이 터졌다고들 말합니다.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한 우리가 언젠가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었다는 거죠. 그게 지금이라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경제는 조금 어려워질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총선에서는 친일파의 후손이나 '토착 왜구'로 지칭되는 지일파를 뽑지는 않을 테고, 대일 의존도가 높았던 부품 소재 산업에 대한 자생력도 높아짐으로써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거라는 전망입니다. 우리 민족은 언제나 위기를 통해 단합하고 그 단결된 힘으로 국가를 발전시켜 왔으니까 말이죠. 저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비가 개고 'KBO 리그 올스타전'이 열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