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일 아침 몇 년째 오르고 있는 산의 초입에는 능선을 따라 오른편에는 어느 종친의 가족묘가 있고  그 주변을 따라 둥글게 철망이 쳐져 있다. 그리고 외부인의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성 현수막이 걸려 있고, cctv도 서너 대 설치된 듯하다. 무슨 보물을 숨겨둔 곳도 아닌데 어찌 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의 보안 시설을 갖추고 있는 셈인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작년부터는 가족묘의 아래쪽에 있는 좁은 공터에 진돗개인 듯 보이는 개 한 마리를 묶어두었다. 개는 긴 목줄에 묶인 채 오가는 등산객들을 향해 열심히도 짖어댔다.

 

밤이고 낮이고 비 한 방울 피할 곳 없는 공터에서 등산객들을 향해 그저 목이 쉬도록 짖기만 하는 개가 꽤나 안쓰러웠는데 개 주인도 너무 심하다 생각했던지 어느 날 개가 머물 수 있는 개집 하나를 갖다 놓더니 언젠가부터는 밤에는 숫제 개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내가 산을 오르는 새벽 5시 30분께에는 보이지 않던 개는 산을 내려오는 새벽 6시 30분이나 되어서야 보였다. 말하자면 개도 출퇴근을 하는 셈인데 그렇게 대우가 좋아진 탓인지 내리는 눈·비를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었던 초창기의 열악한 환경에서는 등산객을 향해 악을 쓰고 짖기만 했던 험악한 인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등산객이 나타나면 귀찮다는 듯 어슬렁어슬렁 일어나서는 바람 반 소리 반으로 겨우 짖는 시늉만 했다. 그 소리는 마치 하루에 행사 네댓 곳을 소화한 어느 가수의 심드렁한 목소리인 듯 또는 외출에 나서는 허리 굽은 노인의 힘없는 기침 소리인 듯 들렸다. 이를테면 개도 그만의 요령을 터득한 셈인데, 등산객들에게도 이른바 이것이 자신의 소임임을 확실히 알려주는 듯했다. 공짜로 밥을 얻어먹을 수는 없는 일 아니냐는 듯.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이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나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쓰던 일본산 문구류나 음료 등을 전혀 구매하지 않고 있다. 내 주변에도 적극 홍보하면서 말이다. 이를 두고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토착왜구들도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나는 끝까지 지속해볼 생각이다. 일본 식민지 치하에서 우리나라 국민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하던 '냄비 근성'과 같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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