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를 달구었던 깜짝 이벤트는 지금까지도 그 여운이 느껴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제안에 의해 촉발된 남.북.미 3국 정상의 만남은 그 자체로서도 의미가 깊지만 교착상태에 놓여 있던 북미 협상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었던 게 사실이다. 어찌 보면 즉흥적이면서도 쇼맨십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과 정세파악을 잘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저돌적 실천의지가 맞아떨어지지 않았더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퍼포먼스가 아니었던가. 남과 북의 우리 민족은 그 장면을 보고 다들 가슴이 뭉클했을 듯싶다. 물론 그렇지 않았던 일부 극우세력이 존재하긴 했었지만 말이다. 어느 나라건 아베와 같은 또라이들은 늘 존재하게 마련이니까.
장마가 소강상태인지라 여름 더위가 그대로 느껴진다. 높아진 습도와 열기를 더하는 7월의 햇살. 지난해에 비해 장마가 늦어진 탓에 열대야와 찜통 더위의 습격은 조금 짧아질 거라는 기대와 가능성은 있지만 여름 더위는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우리의 삶에서 공포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서 공포는 언제든 되살아나는 것처럼, 그리고 삶의 공포를 완전히 극복할 수 없는 것처럼.
요즘 읽고 있는 권여선의 소설 <레몬>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등장한다. 어쩌다 보니 삶과 죽음에 관련된 책을 자주 읽게 된다. 정말 어쩌다 보니.
"나는 궁금하다. 우리 삶에는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걸까. 아무리 찾으려 해도, 지어내려 해도, 없는 건 없는 걸까. 그저 한만 남기는 세상인가. 혹시라도 살아 있다는 것, 희열과 공포가 교차하고 평온과 위험이 뒤섞이는 생명 속에 있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의미일 수는 없을까." (권여선의 <레몬> p.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