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로부터 종종 듣게 되는 이야기는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말이다. 예컨대 여성에 대한 성차별을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차원을 넘어 적극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는 상당수의 여성이 존재하거나 페미니스트 운동이 마치 남성 혐오인 양 편가름을 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오히려 성차별을 부추기는 양상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여성들도 많다는 데서 기인한 말이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어제 자유당의 여성당원 행사에서 바지를 내리고 관객들을 향해 엉덩이를 흔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논란이 되었던 '자유한국당 우먼 페스타'만 보더라도 역시 '여성의 적은 여성'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지금까지 있었던 자유당 국회의원이나 당직자들에 의한 부적절한 행동이나 언사로 인해 '성누리당'이라는 오명을 써왔던 사실을 여성당원이라고 모를 리 없었을 터, 당 대표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는 성적 퍼포먼스를 펼치는 게 가장 유리한 방법이라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국회의장을 지냈던 자유당의 박 모 전 의원도 여성 캐디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함으로써 구설에 올랐던 사실을 보더라도 자유당의 남성 당직자들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미인계와 같은 성적 수단이 가장 유효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방법은 유치하지만 말이다. 그와 같은 차원에서 본다면 어제의 행동이 그닥 이상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정권에 빌붙어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공공장소에서 여성성을 동원한다는 자체는 정말 수치를 모르는 구시대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는 당대표나 자신 역시 여성인 원내대표는 또 뭐란 말인가. 7,80년대의 사고를 지닌 인물들이 자유당의 대표로 존재하는 한 여성에 대한 성 인식은 후진성을 면치 못할 것이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 아니라 그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구시대적 유물인 것이다. 페미니스트에는 관심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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