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계산대 앞에 설 때마다 드는 생각은 우리네 인생도 이와 비슷한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전체요리든 메인요리든 혹은 후식이든 간에 각각의 단계별로 그때그때마다 정산을 요구받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먹은 음식은 누군가에 의해 꼼꼼히 계산되고 식당을 나서는 순간 한꺼번에 그 대가를 지불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들 인생도 삶에서 누리는 순간순간마다 그 대가를 지불하거나 청구되는 건 아니지만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죽음이라는 가혹한 방식으로 저마다의 삶에서 누렸던 기쁨이나 슬픔, 즐거움 등에 대한 대가를 한꺼번에 요구받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나 다른 게 있다면 우리는 식당 주인에게 언제든 정산을 요구할 수 있지만 인생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내가 이제껏 누렸던 기쁨에 대한 대가를 며칠 혹은 몇 달 아픈 것으로 대가를 지불하고 싶어요,라고 말할 수 없는 까닭에 우리는 어떤 순간에도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혹자는 말하길 인생의 매 순간마다 감사하며 살라고 하는데 나는 그게 과연 감사할 일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어찌 됐든 나는 인생에서 누리는 모든 경험에 대하여 죽음이라는 가장 비참한 방식으로 대가를 지불할 텐데 말이다. 매 순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한꺼번에 정산한다는 차이만 존재할 뿐인데 그게 어떻게 감사할 일인지... 우리가 식당 주인에게 매 순간 정산을 요구하지 않아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면 식당 주인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가.

 

오늘은 일 년 중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 높아진 습도 탓인지 후텁지근하다. 기말고사를 일주일여 앞둔 아들은 평소에 하지 않던 공부와 친해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사는 게 참 만만치가 않다. 그렇다고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자신의 인생에서 가만가만 따져봐야 할 것은 죽음이라는 가혹한 대가를 치를 만큼 값진 인생을 살았는가 하는 문제일 듯하다. 자신의 생명을 내어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만족한 삶을 산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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