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중계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오늘은 이른 새벽부터 축구 중계를 보게 되었다. 한국과 에콰도르가 맞붙었던 U-20 월드컵 준결승전 경기 말이다. 새벽 3시 30분부터 경기가 시작되었지만 웬일인지 나는 중계방송을 꼭 보겠노라 작정한 것도 아닌데 일찍부터 잠이 깨고 말았다. 대략 3시를 전후하여 잠에서 깬 듯한데 억지로 다시 자려고 하니 의식은 점점 더 또렷해지고, 한 번 달아난 잠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새벽에 할 일이라곤 5시 30분에 운동을 나가는 것밖에 딱히 정해진 게 없으니 마땅히 할 일이 없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축구 마니아도 아닌 내가 신새벽에 홀로 일어나 축구 중계를 보는 풍경은 그닥 아름답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일단 중계에 빠져들다 보니 축구 경기는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쫄깃한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하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긴 경기는 언제나 재미있다고 느끼게 마련이지만 말이다. 어떤 종목이든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경기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경기가 아닐까.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전.후반 본경기로 끝이 났지만, 시간은 내가 매일 운동을 나가는 5시 30분 직전이었고, 부족한 잠으로 인해 무거워진 몸은 '그냥 잠이나 자자' 하는 유혹의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왔다. 그러나 1시간쯤 더 잔다고 해도 피곤이 풀릴 것 같지도 않고, 막상 자려고 누우면 쉽게 잠이 들 것 같지도 않아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운동에 나섰었다.

 

오전에 나도 모르게 잠깐 졸았다. 바깥공기는 조금 탁하고, 가볍고 날카로운 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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