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의 하늘은 어찌나 푸르던지요. 오늘은 1년 24절기 중 여덟째 절기인 소만(小滿)이자 부부의 날.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자라 가득 찬다고 해서 '만(滿)'을 썼다지요. 이맘때면 가을보리를 베고, 모내기를 하고, 밭에 나가 김을 매던 어렸을 적 기억이 떠오릅니다. 여름으로 가는 햇살은 따가웠고, 봉숭아의 잎과 꽃잎을 찧어 백반과 소금을 섞어 손톱에 얹고 호박잎이나 피마자잎을 덮어 노끈으로 챙챙 동여주던 누나의 다정했던 손길이 무척이나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점심을 먹고 근처 공원을 잠깐 걸었습니다. 더위를 식힐 정도의 적당한 바람이 불었고, 그늘 밑 벤치에는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도 눈에 띕니다. 인적이 드문 구석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김훈의 <연필로 쓰기>를 마저 읽었습니다. 심술궂은 바람이 제멋대로 책장을 넘기고, 까무룩 들던 낮잠을 저만치 쫓아냅니다.
가지런한 봄이 작아지고(小), 바지런한 여름으로 채워지는(滿), 오늘은 소만(小滿). 쾌청한 하늘이 좋아서, 바람이 적당해서, 자꾸만 밖으로 시선이 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