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제법 더위를 느낄 만한 날씨. 바야흐로 여름에 가까워지고 있다. 미리 걱정할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올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우려나‥‥‥.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등나무 벤치에는 연보랏빛 등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도로 양쪽에 늘어선 이팝나무 가로수엔 눈이 내린 듯 꽃이 만발하다. 대체휴일로 이어지는 이번 주말은 짧은 휴가와 진배없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첫 시험을 치른 아들도 홀가분한 기분인 듯하다. 학교 방송반인 아들은 선배들과 함께 방송국 견학을 갔다고 했다.
지금 읽고 있는 책 <알 수도, 모를 수도 없는>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흘러간 과거에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현재를 이렇게 저렇게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오지 않은 미래를 기대하는 마음도 다 내려놓고 오직 담연히 깨어있으면 시공(時空)이 돈망(頓忘)해 집니다.
시간과 공간이 사라지면 매 순간 고요와 평화로움 속에서 너, 나가 없는 가운데 인연 닿는 모든 이들과 상생(相生)하면서 억지로 애쓰는 일 없이 절로 그러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삶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현재를 안달복달하는 건 물론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마음을 놓지 못한다. 담백하게 산다는 건 그저 꿈 속에서나 가능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