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동글한 일상이 철없이 굴러가는 걸 그저 무심히 지켜볼 때가 있습니다. 의욕이 없거나 힘이 없어서. 그런 날이면 왠지 시간도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 듭니다. 하루하루가 이렇게 천천히 흐를 게 아니라 10년이고 20년이고 훌쩍 흘러서 노년기의 내가 툇마루에 앉아 저물어가는 하루를 10년처럼 아까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더없이 맑고 포근한 봄날이었습니다. 세월호 5주기를 하루 앞둔 오늘, 지난 정부의 무능으로 인해 수백 명의 무고한 생명이 유명을 달리했는데 그 당시 정부를 책임졌던 사람들 그 누구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의 뻔뻔함과 몰염치에 치가 떨립니다. 재난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닙니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국가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을 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난 정부는 자신들의 무능과 무관심을 은폐하고 법적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비겁과 치졸함은 소위 잡범의 행태와 다를 바 없습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못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흐드러지게 피던 봄꽃들이 하나둘 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딸을 부정 취업시킨 김성태 의원도, 김학의 사건을 덮으려 했던 제1야당의 의원과 대표도, 지난날의 과오를 참회하고 법적 처벌을 받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물러나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나는 게 순리인 듯합니다. 봄꽃이 지듯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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