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헌법재판소의 중요한 판결이 있었다.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는 현행 낙태죄 조항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결론이었다. 이로써 낙태죄는 1953년 낙태죄 조항이 도입된 이후 66년만에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짐으로써 낙태죄 조항은 역사의 저 편으로 사라질 공산이 높아졌다. 단순 위헌 판결이 아닌 헌법불합치 판결인지라 2020년 12월 31일 시한으로 국회에서 법이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됨은 물론이다. 이 기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낙태죄 조항은 전면 폐지되겠지만 말이다.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던 2012년 8월 23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합헌 결정이 오늘은 '자기낙태죄 조항은 필요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법익 균형성의 원칙도 위반한 것.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규정'으로 바뀐 것이다.

 

종교적 차원이 아니라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 차원에서 바른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사실 낙태죄 조항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불법 시술에 노출되었으며,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민을 안고 살았을지 생각하면 남자인 나로서도 왜 이제야 이런 판결이 내려졌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이제라도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졌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만...

 

게다가 오늘은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지 않은가. 역사라는 게 이렇듯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그 속도를 늦추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임시정부를 수립했던 그 당시의 선조들도 대한민국의 해방을 얼마나 간절히 원했을꼬. 역사의 변화는 언제나 우리의 기대보다 한 발짝 뒤처지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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